9월 8일
오늘과 내일 결제 날이다. 94회 크루즈 때에는 10-20명이 리셉션 문 열기전부터 결제한다고 기다리곤 해서 아침에 정신을 쏙 빼놓곤 했는데 이번 95회 크루즈는 여유롭다. 다른 크루즈를 탈 때에는 동전은 받지 않아서 편했는데, 일본 엔화는 워낙 단위가 커서 그런지 1엔 짜리부터 500엔 까지 다 받는다. 일본 동전으로 거스름돈 내 주려고 하니 (결제 날 내 업무, 캐셔 ㅋ) 얼마나 헷갈리는지. 중간에 동그란 구멍 난 동전도 두 개나 있다.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동전에 적힌 숫자를 확인 또 확인 하곤 했다. 정산할 때 보니 돈이 딱 들어맞았다. 당연하지, 누가 캐셔 했는데… ㅎㅎ
홍해로 들어가는 날이다. 홍해로 들어감과 동시에 육지가 보인다는 방송이 나와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으러 올라갔다. 과연 오른쪽(우현, 스타보드 사이드-starboard side 참고로 왼쪽은 좌현, 포트사이드-port side 배 용어로 오른쪽, 왼쪽 말고 스타보드 사이드, 포트 사이드라 부른다.) 저 멀리 육지가 보았다. 이 얼마만에 보는 육지인가. 괜히 반가웠다. 홍해로 진입함과 동시에 날씨가 너무 더워졌다. 날씨가 더워지면 입맛이 없어져 살이나 빠졌으면 좋겠는데, 입맛은 더우나 추우나 아프나 건강하나 항상 200% 살아있다…..
남은 아보카도 하나를 오늘 먹지 않으면 너무 물러져버릴 것 같아서 점심을 먹고 아보카도에 손을 댐.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메스에서 우유도 가져오고, 설탕도 가져와서 나름 맛난 주스가 완성 되었다. 오후 근무 때 사무실로 가지고 가서 일 하면서 야금야금 마셨더니 금방 없어졌다. 나의 아보카도와는 이로써 사요나라.. 언제 또 먹을 수 있으려나 ㅠ 벌써 그립다 ㅠ 하하.
크루즈 승무원으로 승선을 하면 일단 받아야 하는 교육들이 참 많다. 안전교육이 대부분인데, 4월 초에 승선한 나는 이 교육대상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허나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탔으니 받아야 함을 잊고 있었다. 치프 세큐리티가(안전요원? 보안요원?) 직접 나에게 찾아와서 어제 왜 교육 안 왔냐며 오늘 2시반 교육에는 무조건 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맙다 ㅠ 작은 배의 장점 이랄까. 큰 배에서는 1000명이나 되는 승무원 관리를 일일이 할 수 없으니 교육 참석은 100% 본인 몫이고, 불참하는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경고를 받게 되어 있으며, 경고가 누적이 되면 하선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교육 중의 치프 세큐리티 영어 발음이 알아듣기 너무 어려웠다는 사실은 비밀. 교육 중에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신나게 끄덕였으므로.
저녁에 한국어 수업이 있으니 지난 시간에 간단하게 글쓰기 한 것을 복습도 할 겸 단어들을 연습장에 큼지막하게 쓰고, 시간을 알려주면서 숫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나둘셋넷, 일이삼사를 적어보았다. 잘 따라 오려나 모르겠다. 9시가 되어 친구와 만나 한국어 읽기 연습을 시키고, 숫자를 응용하여 시간 읽고, 나이 이야기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어찌되었든 전문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용한국어를 배우는 거니까 내 나름 생각해서 그에 맞도록 너무 어렵지는 않게, 그렇다고 너무 쉽지는 않게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받아들이는 입장이 어떤지. 그나마 이 친구는 일본어를 공부한 친구라 일본어와 한국어가 비슷하다며 좋아했다. 우린 내일 모레 또 만나기로.
한국어를 함께 배웠던 친구(마리오)가 오늘 크루 게임전이 있어서 못 온다고 이야기 했었다. 크루 메스에 가 보니 몇몇이서 노트북으로 총싸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구경이나 할까 해서 들렀는데, 왠걸. 크루 메스 큰 티비에 마리오 게임이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닌가. 마리오가 마리오 게임을 연결시켜 놓았다! 엄마야. 사실 집에서도 마리오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한 판 한 판을 깨기 위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와.. 한판 깨는 게 이렇게 힘들 수가.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괜찮다. 내가 흥얼거리면 되니까. 딴, 딴, 딴, 따 따따따 다 ㅋㅋㅋ 지뢰찾기 빼고는(지뢰찾기 아는 사람은 이미 30대 이상.. ㅋㅋ) 빠져 본 게임이 없는데. 대박… ㅋㅋ 넘 즐거워잉… 히히. 그렇게 1시간 정도를 옆에서 총싸움 하는 크루들 사이에 앉아서 마리오 게임을 했네. 또다른 나의 발견이랄까. 내일 또 하고 싶어잉…
그나저나 오라버니께서 무슨 할 말이 매일 그렇게 많냐며 댓글 다셨던데…
답변 : 영어로 이야기 하면 한국어로 이야기 하는 것의 반으로 줄어들고, 일본어로 해야 하면 입을 다물어야 하기에 이렇게 손가락이라도 움직여서 한국말을 해야 살 것 같으요…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못하고 살고 있단 말이예요 ㅠㅠ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