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아침에 조금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날씨가 미쳤나 보다. 자기 전가지만 하더라도 너무 더워서 미니 선풍기를 쐬며 잠들었는데…
매일 오전 8시 45분에 있는 아침 미팅에는 리셉션팀 뿐만 아니라 투어팀, 아시아팀 들도 모두 참석한다. 인원은 대략 20명 정도?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라 일본어로 미팅이 진행되고, 일본어 1도 못하는 나를 위해 영어 하는 일본동료가 통역을 해 준다. 처음에는 나만 일본 못하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그들도 영어를 못하니까 쌤쌤이다. 당당해 져야해!!!! 사실 미팅이란 게 전혀 새로운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 중요한 일, 팔로업 해야 할 일등을 브리핑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역 없이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다. 지난 크루즈 때부터 신문이나 각종 정보지들이 한국어, 영어로도 발행이 되고, 일본어로만 되어 있는 중요 서류들도 최소한 영어와 함께 표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신문이나 정보지들을 꼼꼼히 일어보면 그다지 어려움 없이 미팅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이에게. 써니는 일본어를 못하니 써니에게는 영어로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을… ㅋㅋ 나의 업무 자체가 승객들 컴플레인이나 요청, 객실 이동 등 대부분 승객 관련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미팅에서 듣는 것보다 더 깊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흠. 모 여튼 그렇다고….
14일엔 지루한 긴 항해가 끝이 나고 드디어 유럽의 첫 기항지 그리스 피레우스에 도착하게 된다. 아테네 옆 도시 되겠다. 지난 번에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다녀왔지롱. 이번에는 어딜 가야 할지 고민이다. 임시 하선 요청이 어제부로 마감되었기 때문에 피레우스 최종하선, 임시 하선자가 최종 결정되었다. 승.하선 승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업무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준비로 하루가 다 갔다. 승선 승객들 중 아직 객실이 정해지지 않아 하지 못하는 준비 빼고는 대부분 마쳤다.
선상 여름 축제라고 해서 오후 4시부터 시작이었다. 다양한 이벤트가 오픈 데크에서 있다고 했다.어쩐지 낮부터 유카타를 입은 승객들이 많이 보였다. 일본식 선술주점에 유카타를 입은 승객 10% 할인이라서 입은 것만은 아니겠지. 일본 사람들은 유카타를 즐겨 입는 듯 했다. 우리도 요즘은 계량한복을 많이 입으려나? 유카타는 선상 행사 때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침 4시부터 쉬는 시간이라 잠시 오픈 데크에 올라가 보았다. 사실 나는 떡볶이를 판다고 해서 떡볶이 맛보려고 갔는데, 아직 개시를 안 한 모양이다. 꽝. 다음 기회에. 날씨가 너무 덥고, 태양이 너무 강해서 더 있을 수가 없었다. 5분 서 있었나? 리셉션 유니폼은 바지(혹은 치마)에 셔츠, 조끼를 입는데 이 바지가 여름용 겨울용이 나눠진 것이 아니라 더울 때는 너무 더운데, 이 잠깐 시간 동안 등이며 셔츠가 땀으로 젖었다. 캐빈으로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하고, #인사이드아웃 을 이제서야 보았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 내 마음 속에는 ‘화’ 의 감정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 ‘슬픔’ 도 서서히… 안녕… 사요나라…..
어제와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마쳤다. 저녁으로 두꺼운 스테이크를 기대했으나 아주 얇은 고기가 나왔지 뭔가. 실망이야! 허나… 곧 실망한 나는 온데간데 없이 나도 모르게 두 덩이를 더 담아 먹고 있었다…… 일본식 부드러운 계란찜도 나왔는데, 안에 우동면은 왜 들어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이 또한 깨끗이 비웠다는 사실….
오후 8시 반부터 축제의 2부가 시작된다고 하여 또 잠시 올라가 보았다. 오랜만에 밤에 올라와 보는 군. 시커먼 바다 위에 우리 오션드림호가 지나가는 자리에 거친 파도 소리만이 들리고 하얀 파도 거품만이 보였다. 저글링 쇼가 진행이 되었는데, 승객들이 너무 많아 잘 보이지 않았다. 꾸역 꾸역 왔다 갔다 자리를 잡아서 이제 좀 보려고 했는데, 끝났다. 헉. 그러면 그렇지…. ㅠ 그리고 이후에 우쿨렐레 발표회 같은 것을 했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더워져서 이내 곧 내려왔다. 나의 한국어 학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곳으로.
오늘은 3명. 한국어 선상신문 중에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은 단어에 표시를 하여 읽어보게 하였다. 후훗. 잘 읽는 군. 생각보다 잘 읽어 흐뭇했다. 그리고는 숫자 1부터 10까지 가르쳐주고, 오늘 날짜 9월 10일, 11일, 일요일, 월요일까지 공부했다. ‘으’ 의 ‘ㅡ’ 와 ‘우’의 ‘ㅜ’를 헷갈려 하더라. 글자에서 보이는 것처럼 입모양을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했더니 쉬운 듯. 성공이다! 내일 모레를 기약하며… 더 재미있게 한글을 읽고 말할 수 있는 궁리를 좀더 해 봐야겠다. 공부를 마칠 쯔음 저쪽에서 있던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우리 쪽으로 왔다. 브라우니에 컵 소프트 아이스크림 한 5개 정도를 부어서 그릇 하나에 한가득 찼다. 각자 플라스틱 숟가락 하나씩 들고, 부지런히 먹었다. 모두가 행복해졌다. ㅎㅎ 언젠가 맛있는 음식이 있는 모임은 오래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음식으로 모임을 이어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ㅎㅎ 사실 오늘은 크루바에서 무비 나이트라 프랜스포머를 상영한다고 했다. 무료 팝콘도 주고. 그리고 무려 자막이 한국어란다! 허나 나에겐 한국어 학생들이 더 소중한 걸… 막 이래 ㅋㅋ
오늘은 1시간 버는 날! 이제 크루바에 가서 이틀 금주 하느라 수고한 나에게 토닥이며 맥주 한 캔을 선사해줘야지. 어제 오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인터넷을 못했더니 세상과 더욱더 단절된 느낌이다ㅠ 그리고 오늘은 꼭 #곤란한결혼 을 읽고 자야겠다. 참고로 #지독한하루 는 다 읽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