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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13.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12일

9월 12일 – 오랜만이야, 수에즈운하

 이렇게 빨리 다시오게 될 줄은 몰랐다. 오션드림호를 타는 크루들에게는 수에즈 운하가 그리 대수로운 것은 아니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험 일 것이다. 나도 지난 번 수에즈 운하를 왔을 때 정말 특별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책에서만 접해보았던 수에즈 운하. 운하에 진입하는 새벽부터 브릿지에서안내 방송을 했다. 그리고 몇 번의 더 방송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숙면을 취함. 일어나서 티비 채널을 통해 바라 보니 양 옆으로 땅이 보인다. 사막과 도시. 황량한 오른쪽과 나무들이 있어 푸르른 왼쪽. 사뭇 다른 곳이다. 이집트와 일본이 합작해서 놓은 다리를 통과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서 야외갑판에 올라가서 바라 보았다. 지난 번에도 올라와서 봤었는데.. 날씨도 맑고, 깨끗하다. 올라간김에 데크 8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수에즈 통과로 선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자체는 많이 줄어들었으나 회화 전시회와 책 판매 갑판 등이 있었다. 오랜만에 여유있게 둘러보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야외 갑판에서 수에즈 통과를 즐기는 듯 하고, 실내에 있는 승객들도 창가에 자리를 잡고 책을 보거나 풍경을 감상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크루 전용인 구역에서이집트 현지인이 승선해서 기념품을 판다고 해서 구경 갔다.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피라미드, 이집트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냉장고 자석 모으는 본능이 발동해서, 무려 3개나 샀다. 하나는 수에즈 운하가 그려진 이집트 지도였고, 하나는 엄마 낙타와 애기 낙타가 무려 4마리나 같이 있는 자석,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곰돌이 모양이지만 파라오 얼굴이 새겨진 병따개. 3개 10불. 이렇게 많이 살 생각은 아니었지만 벽이 붙여 놓고 보니(화재 예방 때문에 그런 걸까. 캐빈의 벽은 모두 철제로 되어 있어서자석이 쉽게 붙는다) 멋지다. 특히나 엄마와 애기 낙타들이 너무 귀엽다. 이런 거 너무 좋다. 이번 크루즈가 끝날 때쯤에는 이 벽에 냉장고 자석으로 가득 차겠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흐뭇하다. 지난 크루즈 때부터 기항지 마다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를 사 모았다. 도자기골무는 예전에 항공 승무원이 쓴 책을 읽다가 그 분이 비행하는 도시마다 사 모은 도자기 골무 사진을 보고 난 후에 언젠가 나도 도전 해야 하겠다고생각했는데 세계일주 크루즈에 타게 되었으니 이 기회에 사 모이기 시작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아니라 그런지 다들 신기해 했다. 하나 둘 모을 때는 몰랐는데 다 모아 놓고 보니 멋지다. 20개가 넘는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 나중에 책방을 내면 거기에다가전시해 놓고 싶다.

 오후 3시쯤 수에즈 운하를 곧 빠져 나간다는 방송이 나왔다. 수에즈 운하안녕. 다음에 또 만나….

 오늘은 한시간이 없어지는 날. 오랜만에 윈다와 저녁을 먹었다. 윈다가 바쁘기도하고, 각자 요즘 한창 영화보는 재미에 빠져 있어서 서로 사무실 이외에는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오랜만이었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곤란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좋은 사람을 만나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내가 누구라도 좋으니 만나봤으면 좋겠다 하니, 자기가 크루 게시판에 ‘써니남자친구 구함’이라 광고를 붙여준다 한다. 허허. 이거 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크루 바에 가서 맥주 한 캔 했다. 원래는 매일 크루 바에서 둘이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몇시간이고 수다를 떨고, 스트레스를 풀고 했는데 말이지. 주로 일 얘기. 그날 일어났던 황당하게 만든 일 얘기. 화난 얘기. 재미난 얘기, 가십 등. 언제나 즐겁다. 한시간 없어지는 날이니 아쉽지만 맥주 한 캔 만을 마시고 9시에 일어났다. 벌써 10시인 셈이므로. 

 나도 일찍 잠자리에들어야 하겠다. 내일은 기항 전날이라 마무리 준비로 이래저래 바쁠 테니.

 드디어 지중해 진입!! : )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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