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크루즈 승무원은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 불쌍한 우리 ㅠㅠ 계약 기간이 4개월이라면 4개월을, 8개월이라면 8개월을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 이 회사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전 회사는 휴가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선 한 후, 45일 이상은 무조건 쉬어야 했다. 그리고 11개월 이상 계약을 지속할 수 없었다. 휴가기간은 물론 무급이다. ㅋㅋㅋ
이번에 난 운이 좋게 계약기간 사이에 미국 비자를 핑계로 한국에 잠시 다녀왔다. 휴가 아닌 휴가. 처음에 회사에서 계약을 5개월만 했었는데, 연장을 원하기에 조건으로 미국 비자 받게 해 달라 이야기 했다. 승무원들은 미국 승무원 비자가 따로 있다. 94회 때 급하게 승선하느라 비자를 못 받아서 호놀룰루 때 1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 안에만 있었다.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접수하고 인터뷰 스케쥴을 잡고, 미국 대사관에 가서 지루한 대기 시간을 거쳐 인터뷰를 직접 봐야 한다. 비자는 여권에 붙어서 3-5일 이후에 선택한 배송지로 배송된다. 나는 3일만에 나옴. 대박.. 여튼 이번에도 회사에서 뭔가를 요청(?)을 하면 잘 협상해 볼 예정이다.
발리 클럽메드에서 일할 때에는 새벽 1,2시까지 주6일을 일했는데 참 힘들었다. 허나 크루즈 승무원이 되고 나서는 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쉬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말이지. 전 크루즈 회사에서 8개월 계약을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8시출근 가끔 아침 6시 출근을 해낸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체력만이 점점 떨어지고 있을 뿐…
사진 업무 차 데크 10 야외갑판에 올라가니 바다가 완전히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약간 옅은 파란색과 녹색이 섞여 있었는데 오늘은 완전 그야말로 시퍼렇다. 바람도 시원하고. 아.. 이게 지중해의 바다와 바람이구나.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바다다. 반가워, 지중해!
내일 승선자들이 40명이나 되기 때문에 서류 준비를 계속 했다. 아이디 카드도 만들어야 했고, 이래 저래 바쁘다. 그래도 리셉션 데스크에서 나를 찾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다행이다. 그래.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는 알아야지 얘들아. 열까진 바라지도 않아. 하나만이라도 꼭 알아줘… 아. 참고로 나는 리셉셔니스트지만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하진 않는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랑 전화기랑 일한다. 뭔가 나의 업무를 딱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는데, 참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일은 승객들의 요청사항을 테스니션들과 팔로업하는 일, 결제내역서, 캐셔, 팩스 관리, 우편 관리, 사진도 찍고, 기항지 승.하선자들 서류 준비…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로 하는 일은 없네.. 그래도 바쁨.을 맡고 있다 ㅋㅋ 리셉셔니스트로 시작해서 지금 업무(어시스턴트 리셉셔니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서(일본어 못해 리셉션 데스크에 세워놓을 수가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지…ㅠ) 사실 리셉션 데스크일은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모른다. 더구나 프로그램은 다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그래도 잘 살아남고 있어! 잘하고 있어!
왜 피곤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해서 쉬는 시간에 낮잠을 잤다. 알 수 없는 피로감. 너란 녀석.이젠 낯설지 않아…. 흙…
아! 드디어! #곤란한결혼 을 다 읽었다.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잘 읽혔다. 역시. #우치다 선생님. 가져온 #대안교육잡지 #민들레 에 한 두 꼭지의 글이 있으니 우치다 선생님의 글을 좀더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일부러라도 읽는 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식’ 적으로 이야기를 해 놓아야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책을 읽기 때문이다. 열정만이 넘 앞서서 항상 책을 몇 권씩 가지고 승선하거나 여행 다니지만 그대로 가져오기가 일쑤이므로. 이번 승선에는 #빅이슈 3권, 민들레 4권을 포함 14권의 책을 가지고 승선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게으름이 열정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달라지리라!
내일은 어딜 가지 고민이다. 기다려! 아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