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코토르, 몬테네그로
9월17일 코토르, 몬테네그로 – 정상까지 헉헉
코토르로 가기 위해 오전 내내 항해한 피오르[1]는노르웨이의 것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흐린 날씨가 조금 아쉬웠지만. 눈으로 많이 간직하고자 했다. 간직하는 도중 비가 와서 들어와버렸지만.
예상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코토르에 도착했다. 야외 갑판에 올라가 보았는데, 와 대박이다. 지난 크루즈 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기항지, 노르웨이의 베르겐 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었다. 옆으로 대형크루즈 선이 바다 위에 떠 있고, 작은 배들이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 보였다. 먼저 예약했는지, 아니면 정박 시간이 긴 것인지 우리가 항구에 정박해있다. 저 멀리 산 중간에 성벽과 교회, 그 끝에는 성벽이보였다. 깨알 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다. 구시가지는 10-20분이면 볼 수 있는 크기의 아담한 크기이니까 오늘은 저 성벽을 우선 오르고, 내려와서 저녁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돌아와야지. 늘 이런 식이다. 계획은 즉흥적이다. 지도를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거나, 내가 사랑하는 관광 2층 버스를 타거나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관광지를가거나. 그리곤 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구시가지는 불과 200미터 떨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옛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대형 크루즈선과 우리가 함께 정박을 했으니 크루들까지 합하면 몇 천명이 이 작은 도시에 있는 셈이다. 레스토랑이며곳곳에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성벽을 올라가야 하니까 입구를 찾았다. 좁고 좁은 골목을 구경도 하면서 느낌 가는 대로 입구를 찾아갔다. 입장료 3유로. 4년전에 왔던 윈다는 2유로라고 했는데 그 사이 50%나 올랐네. 가파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끝까지 올라갈 거라고 다짐도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얼마나 헉헉거렸는지 모른다. 중간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무거울 까봐, 그리고 잘 마시지 않아 안가지고 왔는데 이러다 탈진으로 죽겠다 싶어서 물도 한 병 샀다. 중간 교회도 지나고, 저 멀리 끝이 보인다. 가파른 계단도 보인다. 너무 덥고 땀이 나서 긴 바지를 입고 왔다면 중간 교회에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갔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짧은 바지에 나시 차림(우산도 챙긴 오늘, 귀염둥이 미니 선풍기를 안 가져 간 것은 지금도 후회스럽다) 으로 나섰으니 끝까지 가자 싶었다. 이럴 때 마다 생각하는 것. 내가 언제 또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의 코토르라는 작은 도시에 와 보겠나 싶어서.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 정상이라구!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문득, 우리나라도 산 정상에 올라가면 태극기가휘날릴까? 궁금해졌다. 잠시 경치를 감상해보았다. 흐리고, 비가 오고, 해떴다가, 다시 비 오고 하는 변덕쟁이 날씨와 나의 똥손이 합쳐서 찍은 사진은 어둡고, 엉망이다. 괜찮다. 내눈이 기억하고 있으니. 하지만 내 똥손 어쩔 꺼야.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윈다를 만났다. 나보다 30분 이상 늦게 배에서 출발했는데 지금 온 것을 보니 중간에서 내가 많이 쉬긴 했나 보다. 같이 내려가서 밥을 먹기로 한다. 이야기 하면서 내려가니 그나마 내려가는 건 낫다. 나 정말 오늘 운동 많이 했으니 당분간은 안 해도 될 좋은 핑계가 생겼다. 그런데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구시가지에서 여러레스토랑들을 둘러보다가, 그릴 오징어 사진이 있는 레스토랑을 선택했다.‘알쓸신잡 강릉편’을 보는데 오징어 구이가 맛있어 보여 한국가면 꼭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던차였다. 맥주와 유명하다는 레드 와인, 먹고 싶었던 그릴오징어를 주문했다. 윈다는 오징어 먹물 리조또. 정말 까맸다. 내 오징어도 너무 맛남. 와이파이 하면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쉬었다. 와이파이가 빠르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이렇게 맛난 음식과 맥주, 와인. 충분해.
밥을 먹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냉장고자석과 도자기 골무를 샀다. 도자기 골무는 오랜만에 정말 예쁜 것을 발견해서 지금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엽서도 몇 장 샀다. 오랜만에 효녀 코스프레로 엄마, 아빠께 엽서를 썼다. 엽서를 받아도 받았다는 이야기 안 하실 정도로 익숙하시다. 그래서 나는 집에 엽서 안 가는 줄. 다른 나라 우표가 붙여져 있고, 도장찍혀 있는 엽서를 받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인데! 그걸 모르셔. 정말…
내일은 6시 반 출근인 날이라 이만 자야 하겠다. 이틀 연속 기항은 넘 힘들어. 특히나 오늘은 등산으로 더더더 힘들다.
[1] 피오르 : fjord.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빙하가 없어진후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긴 만으로 그 경치가 아름답다. 노르웨이 해안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