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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1.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0일 나폴리, 이탈리아

9월 20일 나폴리, 이탈리아 – 드디어나폴리 피자를 나폴리에서 먹다!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기대했던 기항지 중 하나였다. 이 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잘 모르지만 ‘나폴리’ 이 세 글자 만으로도 뭔가 아름다울 것 같은? 내가 생각했던 곳은 시내 중간에 강이 유유히 흐르며 야경이 멋진 그런 곳이었는데, 어디서 잘못 보고 생각을 한 거야 도대체,, 하하. 세계 3대 미항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해서 기대 잔뜩 했는데 오전에 야외갑판에 올라가 보고는 실망스러웠다. 코토르가 훨씬 예쁜 걸?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겠지.


 기항시간이 길지않아 덩달아 나의 쉬는 시간도 평소와 비슷하게 받았다. 3시간 반. 내 캐빈 창문에서도 보이는 저 가까운 성하고, 저 멀리 보이던 성하고 두 군데만 가도 성공이겠다 싶었다. 시내 어느 광장하고 말이지. 당연히 나폴리 피자도 먹고. 


 크루즈 터미널이최신식이다. 넓고, 세련되고, 크기도 상당히 크다. 대면 입국 심사가 없는데도 이렇게 큰 터미널이있는 건 참 의외. 터미널을 나오자 내가 좋아하는 관광 2층버스도 보였지만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안녕, 다음기회에. 항구 바로 앞에 큼지막한 성이 있었다. 그 규모에 압도 되었는데, 대단했다. 안에 들어가보니 가이드 투어와 구경하는 입장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잘모르니까 가이드 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가이드 투어에 1시간 정도를 쓸 수 없는 나는 크루즈 크루. 다음을 기약하며 사진만 간단히 찍고 돌아왔다.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해안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야외갑판에서 봤던 저 멀리 성을 가기 위해서. 


 칼로가 보내줬던그 엽서에서 보았던 풍경이 바로 내 눈앞에 저 멀리 보인다. 날씨도 환상이다. 구름도 예쁘다. 와와와…. 바닷바람 살랑살랑 너무 덥지 않고, 너무 춥지 않은 적당한 날씨였다. 반팔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왔는데 딱 좋다. 멋진 풍경을 즐기며 걷다 보니 저 멀리 보였던 성에 도착해 있었다. 성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고 있었다. 찬찬히 설명도 읽어보고 하고 싶었는데 항상 시간에 쫓기는 몸이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괜히 바쁘다. 저 멀리 주택가로 보이는 곳도 바다와 좋은 날씨와 어우러져서 더 멋있게 보인다.


 광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의 천부적인 방향감각과 지도 읽기 능력으로 어디를 가든 길은 거의 잃지 않는다. 가는 도중 슈퍼마켓이 있길래 과일을 좀 사고 싶어서 들러 청포도가 알도 굵고 신선하며 가격도 착하길래 데려오고, 내 사랑 아보카도도 하나 데려오고, 그러다 빵도 하나 데려오고, 연어스프레드도 하나 데려오고, 계산대 옆에 진열되어 있던 누텔라스낵도 하나 데려왔다. 슈퍼마켓은 그런 곳. 빈손으로 갔다가 양손 가득 나오는 곳. 


 광장은 광장이었다. 관광객들도 많긴 했지만 그래도 큰 광장이 이렇게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저 옆에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한 쌍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잠시 이 생에는 못할 것 같은 나의 웨딩 촬영을 상상하다 현실로 돌아왔다. 


 어서 밥 먹으러가야지. 칼로가 예전에 추천한 피자집이 있었다. 이탈리어로된 길 이름, 가게 이름 단 두가지를 가지고 찾아야 했는데, 내가 누구 인가 단번에 찾고 말았다. 모르는 식당에 가면 가게 이름을 걸고 있는 메뉴를 주로 시키는데, 제일 처음에 있던 메뉴,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야채, 나폴리안 식 이라고 적혀 있어 하나 주문하고, 나폴리에 왔으니까 나폴리 피자를 주문하고, 이탈리아 맥주도 주문했다. 한판 정도는 먹어줘야 피자를 먹었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 너무 맛있었다.잘라서 먹는 부드러운 수제 치즈, 야채, 고추를 매콤한 소스에 절인 거 하며, 나폴리 피자, 맥주 하며 너무좋았다. 한 판 클리어 해서 더 행복해요. 


 행복함을 너무느꼈는지 어느덧 2시였다. 2시 반부터 업무 시작인데.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도 사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기념품가게에 들러 피자모양 냉장고 자석과 바다풍경모양 도자기 골무를 사서 돌아왔다. 젠장. 서둘러 유니폼 갈아입고 사무실에 가니 10분 늦었다. 다음에는 30분만. 30분만 더 쉬는 시간을 달라고! 


 돌아와서는 아까간 성이 그려진 엽서에 맛난 피자집을 소개해 준 칼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엽서를 써서 보냈다. 뭔가 시간은 짧았는데, 많은 일을 한 보람찬 하루. 이제 내일하루 항해하고 얼마전 테러가 났던 바르셀로나로 간다. 위험 단계[1]가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인가. 아닐 것 인가. 그래서 내일 크루 드릴을 하는 걸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거긴 한데 타이밍 한 번 묘하게 바르셀로나 전날에 하다니.


      

[1] 위험단계는 총 3단계로 나누어 지는데 기항하는 항구와 배의 위험단계는같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 항구가 위험 단계 2단계로 높다면입항하는 배도 단계를 높이고 그에 맞는 안전과 보안 대응을 해야 한다. 해적 출몰 지역에서는 2단계로 높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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