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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2.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1일

바쁜 하루다. 9시 반부터 크루 드릴이 있었고, 몇몇 캐빈(배 안의 객실을 말함)의 유지보수로 인해 승객들에게 연락을 하고, 조치를 하느라 오전이 다 갔다. 오늘의 바다는 고요하다. 맑다.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이는 오늘이다. 크루 드릴을 할 동안 섬 두 개 사이의 해협을 건넜는데 보지 못했다. 두 섬이 모두 가깝게 보이는 곳이었는데 아쉽다.

바쁜 하루는 피곤한 법. 쉬는 시간 두 시간을 민들레 112호를 마저 다 읽고, 영화를 볼까 하다 낮잠 자는데 썼다. 나름 꿀잠을 잤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체력 보충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 체력을 키우는 방법이란 운동이 아닌 잠과 음식이다. 하하.

엽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두 번 언급한 것 같은데 오늘은 바쁜 것 빼고는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으므로 우편대행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내가 타고 있는 오션드림호, 피스보트에는 우편대행서비스가 있다. 매 기항지마다 보내는데, 선내 우체통도 있고. 담당자는 바로 나다. 기항지에서 우체국을 찾을 필요없이 선내에서 스티커를 구매해 붙여 보내면, 내가 분류하여 개수를 세고, 출입국담당 크루에게 주면, 기항지 우리 크루즈 담당 에이전시에게 전달하며 에이전시가 우체국가서 보내준다. 94회때 몇 번 엽서를 보내 본 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우표를 친히 붙여서 보내주더라. 속으로, 우체국은 얼마나 짜증날 까 생각도 듦. 적게는 100통, 많게는 500통씩 한 번에 전달하기에 ㅠㅋㅋ 사진 찍는 업무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업무 중 하나인데 이유는 여러 다양한 엽서를 볼 수 있기도 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선내에 인화하는 기계가 있음)하여 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진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못 읽으니 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깨알같이 쓰는 분들도 있고, 그림을 그려서 보내시는 분들도 있고. 엽서를 셀 때마다 즐겁다. 지난 크루즈 때에는 매 기항지마다 특색을 손수 그림으로 보내시는 분이 계셔서, 엽서를 셀 때마다 그 엽서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선내에는 무료로 배 사진이 찍힌 엽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항지에서 누군가 내게 보낸 엽서나 편지, 소포 등을 받을 수도 있다. 기항하는 날짜 계산을 잘 해야 하는데, 우리 배는 같은 기항지에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낸 것이 늦게 되면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또한 내 담당인데 보통 한 기항지마다 10개 미만으로 받는데 지난 호놀룰루에는 50여개의 편지나 도착했다. 아마 늦을 것을 염려하여 맨 마지막 기항지에 보낸 것이리라. 나도 얼마전 친구들에게 10월 초에 기항하는 아이슬란드 기항지 에이전시 주소를 뿌린 적이 있는데 한 번 보겠어! 누가 보내는지! 아닌지! ㅎㅎㅎ 이제는 11월 중순에 도착하는 하와이 주소를 뿌려야겠다 ㅋㅋㅋㅋㅋ

손을 쓰는 편지, 엽서가 옛날의 것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국에 잠시 휴가 갔을 때 우표 수집하는 외국 친구 주려고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기본 우표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더라. 예전에는 편지를 많이 써서, 잘 알았는데 말이다. 요즘은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우편물이 기껏해야 고지서? 고지서도 인터넷으로 하면 편리하기도 하고, 할인도 해주고 하니 많이 이용하고. 요즘은 우편물 보다는 택배를 더 기다리지…. ㅋㅋㅋ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한국에 있으면 크리스마스 카드는 항상 꼭 내 손으로 만든다. 물론 받는 이들은 시중에 파는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원하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나는 꿋꿋이 만들어 보낸다. 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우체국에서 파는 연하카드를 애용한다. 고급스럽고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보통 두 가지. 1000원, 1500원. 국내일반우표 포함가격이다. 항상 우체국에 가서 연하카드 1번부터 10번까지 하나씩 주세요. 한다. 물론, 내가 받는 엽서나 카드의 수는 내가 보낸 엽서나 카드의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엽서나 카드를 보내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받은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그게 나의 행복이랄까. 그치만…. 나도 받고 싶다………….. 이제는 쫌… ㅋㅋ 올해도 크리스마스에는 한국에 있을 듯 하니 예쁘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야지. 하선하고 해야 할 중요한 일.

내일은 바르셀로나! 지난 번에 발렌시아도 좋았는데, 이번 스페인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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