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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3.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2일 바르셀로나, 스페인

9월 22일 바르셀로나, 스페인 – 아쉬움이많았던 바르셀로나

예정보다 한시간 가까이 일찍 도착했다. 10시 도착 예정이었는데, 일어났을때 이미 항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 찍으러 야외갑판에 나가보니 저 멀리 대형 크루즈 선이 4척이나 있는데, 우리 배 바로 옆에도 한 척이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크루즈 동시 5척 정박 때도 놀라웠는데 이렇게 큰 크루즈 터미널은 언제 봐도 참으로 놀랍다. 


바르셀로나는 얼마 전에 테러가 났던 곳. 테러 난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꽉 찬 관광지였다. 저 멀리 정박하면 왔다 갔다 하기 힘들었을 텐데 우리 배는 작아서 그런지 기항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걸어서 시내를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정박했다. 다행이다.


오늘의 쉬는 시간은 4시간 반. 바르셀로나에 꼭 가보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로 오지 못했던 친구의 추천으로 가우디 성당과 구엘 공원, 파에야를 먹기로 결정했다. 물론, 결정한다고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만 해도 성공. 1시부터 쉬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윈다도 쉬는 시간이 맞아 같이 나섰다. 내가 가우디 성당과 구엘 공원을 간다고 하니 윈다는 절레절레. 너무 멀다는 것이다. 그럼 점심만 같이 먹기로. 시내로 걸어가니 경찰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행위예술 하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 길거리 갑판이며, 상점이며, 레스토랑들도 많이 보였다. 비가 부슬 부슬 오기 시작해서 날씨는 별로 였지만. 오늘의 목적인 파에야. 모든 레스토랑에서 파에야를 판다. 지난 크루즈 발렌시아에서는 2인 이상 시켜야 했고, 시간도 35분 걸린다고 해서 다른 것을 먹었는데, 오늘은 꼭 먹고 말리다. 


레스토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통 버섯 볶음과 새우, 계란, 감자 튀김이 함께 나오는 것을 사이드로, 씨푸드 파에야는 메인으로, 거기에다 빠질 수 없는 로컬 맥주를 시켰다. 맥주부터 나왔고, 한참 뒤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버섯은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리브오일과 오레가노가 잘 어우러져 너무 맛있었다. 한국가면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오일과 함께 먹으려고 빵을 주문할 정도였다. 파에야를두개 시킬 까 나눠 먹을 까 했는데, 나눠 먹길 잘한 듯. 세가지 메뉴로도 우리 둘은 배가 너무 불렀다. 파에야는 너무 맛있었다. 쌀도 다 익었고, 짜지 않았으며(최악의 리조또를경험한 1인) 씨푸드라 그 맛이 더 잘 어우러졌다. 1시에 나와 5시 반까지 쉬는 시간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벌써 3시였다.


윈다와 헤어지고 가우디 성당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처음에 표를 끊고 들어갔더니 반대 방향이라 다시 나왔다는건 비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반대편으로 가서 다시 표를 끊고 가우디 성당 행으로 탔다. 사실은 비가 오고 있었기에 괜히 아무것도 하기 싫어 졌다. 지하철 내려서 올라왔더니 건축중인 성당이 보인다.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그러나지어지고 있는 성당을 보는 건 별 감흥이 없었다. 나중에 다 지어지고 난 후에 와야 하겠다. 이 성당이 몇 백 년 된 성당도 아니고, 앞으로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은 건사하겠지만. 비도 계속 오고 있었고, 이래저래 안으로 가는 투어를 알아보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어느 한곳에 실내투어 마감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 알아보는 데도 힘이 빠졌다. 사진 몇 장을 찍고,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구엘 공원은 지하철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다 볼 수 있을 까 의심스러웠다. 지하철에서 내려 걷고, 걷고, 걷고, 걷고 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신기한 모양, 다양한 모습으로 공원을잘 꾸며 놓았으나, 중간에 유명한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도,그리고 입장 시간의 기다림도 필요했다. 천천히 구엘 공원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항상 쫓기는 몸이라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고, 기억에 남는 건 공원안에서 공연하던 바이올리니스트? 기이한 모양의 돌담 같은 기둥? 


뭔가 아쉬운 마음이 잔뜩 들었지만 돌아가야 한다. 시내 거리의 건축물을 더 보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사실 이럴 때는 발만 찍고 오는, 도장만 찍고 오는, 겉핥기만 하고 오는 나의 크루즈 승무원식 관광 패턴에 싫다. 하지만어쩔 수는 없는 일. 기념품 가게에 들러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엽서와 와인 마개를 사서 돌아왔다. 크루즈 터미널과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원래는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한 두 군데의 건축물을 더 보고 시내를 느끼며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애매했다. 많이 아쉬운 기항지다.


업무를 마치고 몇 주 전부터 초대된 친구의 생일 파티를 가기 위해 하얀색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드레스 코드가 화이트라이야기 했기 때문에. 크루바로 갔더니 풍선도 매달려 있고, 생일주인공이 미리 사 놓은 맥주, 음료수, 과자로 테이블에 한가득이었다. 정작 생일 주인공은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오늘 생일인친구가 3명이나 되어서 저 쪽에서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우리도부르고, 주인공이 준비해준 맥주를 마음껏 즐겁게 마시고 이야기 하며 돌아왔다. 12시가 넘어 많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인데 축하해 주어야지.

이제 이틀간 항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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