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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4.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3일

어제 12시가 넘어서까지 크루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놀아서인지 아침부터 영 몸이 피곤했다. 94회때는 매일 같이 윈다와 크루바에서 맥주 마시고, 이야기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는데 이렇게 몇 달 만에 체력이 바닥 나 버리기야… 부쩍 떨어진 체력 이야기를 자꾸 일기에 이야기 하게 된다. 힘들어서 세계 일주 크루즈 못 타겠다는 소리가 자꾸 나와서… ㅠ.ㅠ

멀뚱 멀뚱 오전을 보냈다. 나름 해장을 좀 하려고 지난 휴가 때 한국에서 데려온 똠양꿍 쌀국수 컵라면을 먹었다. 물론 이 컵라면만 먹은 것은 아니고, 매일 먹는 점심에 플러스 컵라면을 더해 먹었다는 뜻이다….;;; 사실 부대찌개면을 먹고 싶었지만 크기가 커서(사람들이 쳐다보면 부끄러우니까) 메스에 가져가기에 부담스러워 똠양꿍 쌀국수로..

오늘은 #크루 파티 하는 날! 보통 1시간 늦추는 시차 조정하는 날에 크루 파티를 한다. 아침에 우리 부서 무료 음료(맥주 포함) 쿠폰이 도착했다. 으흐흐… 크루즈에는 크루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크루가 있다. 예전 배는 크루만 1000명이 넘었으니 회장, 비서 이런 식으로 두 명의 담당자가 있었다. 되는 조건도 까다롭거니와 지원자가 많아 투표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 크루들을 위해 기항지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하고, 수많은 DVD도 보유하고 있고, 크루들 생일 관리도 하고. 게임 대여도 하고 등등 일을 했다. 오션 드림호는 크루 오피스의 크루가 원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강제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담당하고 있다. 크루바에서 무료 팝콘과 함께 영화도 상영하고, 크루 파티 준비 등등의 일을 한다. 게다가 오늘은 행운 추첨이 있다! 1등은 노트북.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6장이나 샀다. 노트북은 나의 것. 하지만 이런 행운은 언제나 남의 것. 무료 음료 쿠폰으로 맥주나 마셔야지 싶다. 그래도 은근 기대되는 건 왜지! 노트북이 내 것이 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왜지?!

몸이 피곤해서인지 마음도 피곤하다.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은 업무를 어찌어찌 마쳤다. 크루 파티는 9시부터 시작인데 간단한 음식도 항상 준비 되니, 저녁을 조금만 먹어야겠다. 라고 다짐했지만 오랜만에 돈가스가 나옴. 겁나 맛있는 거… ㅎㅎ 9시 조금 넘어서 크루 파티 장소로 가보았다. 티켓을 행운 추첨함에 넣고, 무료 쿠폰으로 맥주 두 병을 바꿔서 마시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고, 음식도 오픈을 하기 전이다. 둘러보니 여자 크루들도 없고; 우리 배에 이렇게 여자 크루들이 없었는가 싶을 정도로. 그런 자리에서 나 혼자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으니 조금 부끄럽기도. ㅎㅎ 그러다 한국인 크루들도 야금야금 모이고, 아는 얼굴들도 야금야금 모이기 시작했다. 음식도 오픈 되었고. 언젠가 칠면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얼마나 부드러운지. 기대했지만 현실은 미고랭. 그래도 미고랭은 내가 좋아하니까 괜찮다 위안했다. 핫소스, 칠리소스 잔뜩 뿌려다가 먹기 시작한다. 아는 동생이 자기 감기 걸렸다고 자기 쿠폰으로 맥주 두 개를 얻어다가 주었다. 고마워ㅠ 감사히 마실께. ㅠ 그래. 할 일도 없는데 맥주나 마시자. 오늘은 1시간 늦춰지는 날이니까. ㅎㅎㅎ 10시 반에 행운 추첨을 한다는 안내가 나오고 지루하기도 신나기도 한 시간이 지나고 추첨을 하기 시작했다…… 흠.. 결과는… 이미 예상했듯이. 꽝. 다음 기회에. 그렇지만 30분 남짓 진행된 행운 추첨은 긴장하기에, 즐겁기에 충분했다. 우리 선장님이 하나 당첨된 것은 대박. 우스갯소리로, 될 놈은 되는 구나. 생각이 들기도.. ㅋㅋㅋ

오랜만에 즐거움을 선사해준 크루 복지에 힘쓰는 크루들에게 감사하다. 음악이 큰 소리로 틀어지는 거 보니 다들 나와 즐겁게 춤도 추고 이 밤을 즐기겠지. 그러다 썸도 타고 할테지. 왜 인지 점점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져 캐빈으로 돌아왔다. 내일까지 피곤하면 곤란할 듯 하여… ㅋㅋㅋ

94회 때 썼던 글들을 다듬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100개의 짧고 긴 글들을 잘 다듬어 봐야지. 지금 95회 크루즈는 매일 꾸준히 업데이트 하니 나중에 모으는 작업만 하면 될 것이고. 크루즈 이 전의 글들도 봐야 하는데, 이상하게 한국만 가면 게을러진다…

어제, 오늘 윌리엄(한국어 배우는 친구)이 노트북에 넣어준 2006년 작 #prestige 영화를 보았는데, 한 두 번은 좀더 봐야 이해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어려운 영화만 보면 내 뇌의 한계에 좌절하곤 한다. 언제까지 좌절만 할꺼야ㅠ

#민들레 111호 뉴미디어 시대의 ‘읽기’ 도 읽기 시작함. 동해에서의 민들레 읽기모임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요즘 관심 생각 중 하나…. (넘 쌩뚱맞게 일기를 끝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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