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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5.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4일

오전에는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에 땅이 닿을랑 말랑 한 곳을 항해 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이름은 Gibraltar 해협이라고 한다. 94회 때는 저녁에 이곳을 지나서 불빛을 보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이 곳을 건넌다. 시간을 내어 야외갑판에 올라가 보니 구름 낀 날씨가 아쉽다. 양쪽 모두 보이지만, 항로가 오른쪽이라 오른쪽 땅이 더 잘 보인다. 저기가 스페인이군. 생각이 들었다. 양 옆으로  외롭지 않게 작은 배들도 보인다. 캡틴필립스 영화가 생각나는 화물 선도 저 멀리 보인다.

28일 프랑스 보르도 기항의 일시 하선 신청이 어제 마감되었다. 오늘 확인을 했는데 무려 55명. 대박. 지난 번에는 프랑스 기항지가 2곳, 총 3일 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파리를 보러 갔다 올 수 있었는데(나도 밤에 택시 타고; 발도장 찍고 옴),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 하루만 기항해서 그런지 일시 하선하여 영국에서 돌아오려는 승객들이 많았다. 내가 준비하는 일시 하선자를 위한 서류가 3장짜리가 있는데, 프린트를 하니 꽤 많다. 담당자가 건네 준 재승선을 위한 크루즈 티켓도 한 장씩. 내가 준비하는 확인해야 하는 서류도 한 장씩. 프린트만 하다가 오전이 다 갔다. 오후에도 서류들 분류하고, 준비하고, 이미 준비된 서류도 있지만, 각국 대사관 정보는 없는 나라도 있어서 준비하고. 이래저래 오늘 하루가 다 갔네. 이런 일들은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꼭 닥쳐서 하려면 다른 일들이 생기더라고.

내일은 오랜만에 일찍 시작하는 날이다. 무려 6시 30분. 지난 번 별 기대 없었던 포르투갈의 포르토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이번엔 리스본.

그나저나 배가 왜 이리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이번 크루즈 때는 전혀 없던 흔들림이다. 약간의 흔들림이야 늘 있지만, 오늘은 좀 심하군. 배가 흔들리면 각 복도의 비상등이 켜진다. 정전시, 이 등을 보고 탈출 할 수 있도록. 선장의 판단에 따라 오른쪽 이나 왼쪽, 혹은 양쪽 모두의 야외 출입이 금지된다. 바람이 너무 심해 문을 여닫는 것, 야외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각 복도에는 구토봉지가 놓인다. 또… 리셉션에서는 주의안내방송을 한다. 배가 흔들리고 있으므로, 야외출입을 삼가고, 복도를 걸을 때 주의하며, 깨지거나 넘어지기 쉬운 물건은 내려 놓으라는 주의안내방송.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지려고 하는 걸 보니 심상치 않은 힘든 밤이 될 듯 하다. 곤히 아침까지 잘잤으면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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