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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30.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29일

어제의 피곤이 풀리지 않아 아침부터 계속 몸이 피곤하다. 눈만 뜨고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었다. 하하. 쉬는 시간엔 잠을 보충했다.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는 낮잠. 그렇지만 선체가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지난 크루즈는 정말 평온했던 거구나. 기억나는 흔들림은 출항 다음날 하루 밖에 없을 정도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잠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니 ㅋㅋㅋ 나 같은 경우는 흔들림은 적응을 한 편인데 손님들 중에는 뱃멀미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 리셉션 옆에는 항상 멀미약이 구비되어 있다. 층계마다 구토백도 준비되어 있다.

틸버리, 에든버러, 레이캬비크 세 군데의 기항지 설명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항로설명회도 겸하는데 북극권 진입, 오로라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한국이 추석인 연휴에 오션 드림호는 오로라 포인트에 가서 총 4번의 오로라 기회를 가진다. 이번 크루즈를 오로라 크루즈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한 번은 볼 수 있겠지. 추운 날씨의 밤에 한 참을 기다려 파란, 녹색의 어여쁜 오로라를 내 눈으로 직접 보기를 기대해본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서 여행 떠나기 전 세 청춘이 모두 보고 싶다고 했던 오로라. 그들은 실제로 오로라를 보게 된다. 나도 보게 되겠지? ㅎㅎㅎ

틸버리에서 런던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4-5시간의 쉬는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볼만 하다. 런던에 가서는 셜록홈즈의 집에 가봐야 하려나? ㅋㅋㅋ 피쉬앤칩스를 먹고ㅋㅋㅋ 지난 번 아쉬웠던 아이슬란드. 그 아름다운 자연을 레이캬비크의 작은 시내만 둘러보고 돌아오는 데 얼마나 아쉬웠던지. 다른 지역으로 가기에는 교통이 한정적이고 물가도 비싼데…. 이번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 솟아오르는 곳이나, 최대 규모 폭포 굴포스에 가보고 싶은데. 스케쥴이 하루 전에 나와서 계획할 수가 없고, 시간도 길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이게 승무원의 운명인 게지… 공개한 적은 없지만 지난 크루즈 때 이같이 끄적이던 그날의 일기에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돌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곳이라 썼었다. 신혼 여행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으니 나중에 혼자 돌아봐야지.

한시간 앞당겨지는 날이니 한시간 더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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