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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02.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1일 틸버리(런던), 영국

틸버리는 정말 런던 근교의 작은 도시. 그나마 런던까지 기차가 있어 갈 용기를 냈다. 항구에서 기차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는데, 와!! 빨간색 2층 버스다. 배를 나오면서부터 이쁜 버스를 만나니 기분이 좋은 걸. 돌아올 때 사진 찍어야지 했었는데, 역시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 돌아올 때는 일반 이층 버스. 내 이쁜 버스 어디 간거야 ㅠㅠ 기차역에서 런던 지하철도 이용할 수 있는 1일 권을 추천 받아 10파운드를 냈다. 물가 높은 영국에서 이정도면 너무 좋은 조건이다. 런던까지 40분 걸렸고, 다시 갈아타며 15분 정도를 갔고, 그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런던 공기를 마시고 온 발도장 찍고 온 관광이었다. 이런 곳이구나 정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관심있는 도시는 아니었는데, 한 번 쯤은 꼭 다시 여유 있게 방문해서 관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는 예상했던 대로 영국답게 우중충. 모 기항지마다 날씨가 좋을 수 만은 없으니까. 틸버리에서 마지막 역인 Fenchurch 에서 내려 런던 타워와 런던 브릿지를 보았다. 연한 파란색이 조화롭진 않게 생각되었지만. ㅎㅎ 런던 타워는 그 규모가 굉장했는데 오늘은 발도장 여행이니 다음을 기약하며. 배가 고팠지만 맘에 드는 레스토랑도 없었고, 너무 유명한 관광지 음식은 유명하기만 하고 비싸다는 편견이 있어 이동을 먼저 했다.

 

다음은, 다음은 드디어! 셜록홈즈의 베이커가로! 베이커가 221B 하하. 베이커가에는 터소 밀랍 인형관(이라고 영어사전에 해석되어 있는)이라는 특이한 건물이 있었는데, 테러가 난 지 얼마 안 되서 금속탐지 수색을 하느라 그런 건지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건지 바깥에 줄이 길었다. 우리는 배가 고팠기 때문에 먼저 레스토랑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영국에 왔으니 피쉬앤칩스를 먹고 싶었고, 윈다는 English Breakfast 를 먹고자 했다. 2시 가까이 되는 시간이라 아침식사는 되지 않았음 ㅠ 셜록홈즈 바 라는 분위기 경쾌한 곳에서 피쉬앤칩스와 치킨윙, 훈제연어와 아보카도 브레드ㅋ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다. 주문 받는 분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맥주는 IPA 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약한 맛. 씁쓸한 그 맛이 덜함. 아침 6시에 일을 시작해서 이제껏 오니기리와 삶은 계란 하나만을 먹었다ㅠㅠ 우리는 정말 맛있게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지 ㅎㅎ 그리고는 현재는 박물관인 베이커가 221B 를 방문해 발도장을 찍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이 있었지만 나는 매일 보니까 괜찮아… ㅎㅎ


셜록홈즈는 미국 친구가 지난 번 승선 때 마이크로 SD에다가 핸드폰으로 볼 수 있게 넣어주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 보았던 기억이 있다. 자기 전에 틈틈히 보고, 에피소드 6개를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시즌3 에피소드 3개를 더 가지고 왔고, 지금도 이틀에 한 번은 짧게라도 보고 있다. ㅋㅋㅋ 절대 네버 질리지 않는 셜록홈즈…


아쉬움을 안고 빅벤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날씨가 여전히 우중충 하다. 비가 안 오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빅벤과 국회의사당은 부분 공사 중이었다. 저 멀리 유명한 런던 아이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며 잠시 런던을 느껴보았다. 관광객들이 참 많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런던은 이 다리 밖에 없었기에… ㅋㅋ  셜록홈즈에 어설픈 CG 로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는 장면이 나오기에.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틸버리로 가는 기차가 30분에 한 대 있고, 틸버리로 가는 기차역까지 지금 있는 곳에서 이동해야 하며, 틸버리 역에서 내려서는 배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려 타야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것에 대비하여 여유 있게 출발해야 한다.

 

좀 많이 아쉽네 오늘은 이 발도장 여행이. 버킹엄 궁전과 박물관 기타의 런던은 다음을 기약 해야지. 다음엔 줄 서서 셜록홈즈 집에도 들어가봐야지 ㅎㅎ


정말 바쁘게 일하고(사건사고도 많고ㅠ 안 생기던 일들도 많고ㅠ) 캐빈으로 돌아왔다. 엄청 피곤하니 오늘도 꿀잠 잘 수 있을 듯. 밤에 추워서 두꺼운 옷, 긴 팔을 입고 잔다. 유니폼도 자켓을 꼭 챙겨 입어야 할 정도. 하선하는 11월 말까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세요! 즐추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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