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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23.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21일 하바나, 쿠바

쿠바. 쿠바. 많은 기항지를 거치며, 이 곳에 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하는 기항지들이 많다. 쿠바도 그 중 하나. 오전 일찍 도착해서 저녁 늦게 출항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6시간이나 되었다. 지금 타고 있는 배도 쿠바 기항은 참 오랜만이다. 25년 만이란다.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체게바라, 시가. 이 정도? 배를 타고 나서 안 것인데 모히또가 유명하다 한다. 배가 정박한 곳과 구시가지는 가까우니 이리저리 둘러만 봐도 좋겠다 싶다.


더운 날씨가 걱정이 되니 분홍 토끼 미니 선풍기와 샌들, 반바지를 챙겨 입고 나왔다. 정말 덥다. 사우나가 따로 없을 정도. 내가 좋아하는 2층 버스가 바로 있길래 탈까 하다가 우선 돌아보자 싶어 발길을 옮겼다. 바로 앞이 작은 광장이고, 골목 골목 구시가지의 멋짐이 폭발하고 있었다.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많은 관광객들이 있을 줄 몰랐다는 것. 우리 배 옆에 다른 크루즈 선이 정박하고는 있었으나 그 이외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구시가지를 가득, 정말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간 곳은 성벽. 안에는 옛날 배의 모형들과 바닷속에서 건져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4킬로에 달했던 그릇이 인상적임. 올라가서 경치도 보고. 옛 스러운 이런 성벽. 참 좋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듯, 나오는 길에 수십 명을 만났다. 구 시가지를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무작정 마음 가는 데로 걸었다. 사실 지도를 봐도 모르겠기도 했고, 곳곳이 구경 거리였다.

 

이런 곳은 사람 많은 데를 따라가면 된다. ㅎㅎㅎ 상가들은 전기가 부족한지 혹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두운 느낌. 문을 닫은 것 같았지만 열려 있는 신기한 모습. 걷는 중간에 기념품을 파는 작은 시장을 만나, 냉장고자석과 나무 골무, 착한 가격의 반지와 귀걸이를 데려왔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냉장고자석 1불 정도. 매 기항지마다 냉장고자석을 사니 이 가격으로 뭔가 그 나라의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빅맥지수 같은? ㅎㅎㅎ


그 차를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번 사진에 처음으로 올린 분홍색 차 사진이 있다. 이런 차들이 길거리 곳곳마다 즐비했다. 이 또한 보는 즐거움이었다.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프다. 선내 관광책자는 일본어로 밖에 써 있지 않지만, 음식 코너에 있던 음식 3가지 정도를 적어왔었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소나기가 오기 시작했다. 건물 가까이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비가 그쳤다. 걷기 시작했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 젠장 이다. 평소엔 무거워도 우산을 잘만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더워서 뺐더니 이렇게 소나기가 온다.

 

저기 보이는 2층 간판이 맘에 들어 올라갔다. 작은 레스토랑인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메뉴에 내가 적어온 것 중 소고기 요리가 있길래 시켰다. 아쉽게도 지역맥주는 다 떨어졌단다. 음식이 나왔는데, 잘게 찢은 소고기에 빨간색 양념을 한 요리였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짜지않고. 함께 나온 흰밥의 양이 작아 아쉬웠지만 맛있었다. 현지 요리를 먹어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ㅎㅎㅎ 다 먹었음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요리조리 건물 사이로 비를 잘 피하며 구경도 하면서 이동했다. 그러다 혁명 광장에 도착했다. 


아.. 이 곳이구나. 체게바라 평전은 한국에 가서 읽기로 다짐한다. 한 까페에 들어가서 모히또 한 잔을 주문했다.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듯. 너가 추천해 주는 것으로 마실께 했다. 술을 좋아하는 나지만 알코올 겁네 많이 넣어줘서 깜놀 ㅋㅋㅋ 오랜만에 모히또. 오랜만에 여유. 피곤해져서 돌아왔다. 덥다. 정말 덥다….

그렇게 쿠바 이제 안녕. 이제 멕시코 끝에 섬인 코즈멜로 간다. 또 수영해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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