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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24.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22일

며칠 째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특정 핸드폰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는데, 나는 그저 와이파이 문제인 줄. 기항지 오리엔테이션에 통역 앱을 들으려고 연결을 시도했는데 안되네. IT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이미 여러 명이 이 같이 이야기 했단다.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니 다행이다. 난 또 핸드폰을 바꿔야 하나 싶었기에.

몇 번을 도전했으나 여전히 제자리인 자본론을 또다시 도전 중. 쉬는 시간에 침대에 누우면 피곤해져서 잠을 자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뭐라도 한다. 오늘은 시간이 애매하기에 오랜만에 책을 읽음. 사실 침대 옆에 빈 공간에 이 책을 항상 두었는데(잊어버린 건 비밀 ㅋㅋㅋ), 캐빈 청소해주는 친구가 시트를 갈고 못 보았나보다. 어제 책을 꺼내 보니 반은 구겨져있음. ㅠㅠ 괜히 책에게 겁네 미안해져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ㅋㅋㅋ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아니고, 이 자본론에 대하여 쓴 #유유출판사 에서 나온 #자본론을읽다. 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나는 공식적으로 경제학을 전공을 했는데 숫자로(만) 설명되는 세계가 내게는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졌었다. 대학 때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기에 잘 모르니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기대한다. 역시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거 빼곤 다 재밌어…ㅋㅋ

어제는 괜히 기항지에서, 선내에서 여러 이들의 연애소식을 보고 들으며, 어제 오늘 생각에 잠김. ㅎㅎㅎ 한정된 공간과 긴 계약기간.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 여기에 외로움이 더해져서 선내 로맨스가 시작이 된다. 그렇다고 싱글에 한정되는 건 아니다 ㅋㅋㅋ 굳이 선내가 아니더라도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글쎄다. 와따시와 다이죠부요. 난 외롭질 않으니 -_- 시작이 될 수가 없는 가보다 ㅋㅋㅋ 난 너무나 혼자서 잘 논다;;; 이번 생은 글렀다. 멋진 선내 로맨스는 다음 생을 기약하며. 왜 마무리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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