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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24.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23일 코즈멜, 멕시코

코즈멜이 멕시코 육지와는 떨어진 섬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보통은 기항지에 별 관심이 없다가 하루 이틀 전부터 지도며, 기항지 정보며, 관광지며 찾아보는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건 아닌지… 망했다. 망했어… ㅋㅋ


아침 일찍 도착해서, 저녁 늦게 출항하기에 쉬는 시간 장장 8시간. 뭐하지… -_- 이 작은 섬을 좀 돌아봐야할까… 작다고는 하지만 만만하지 않으니 교통수단이 영. 나는 운전도 미숙하고, 스쿠터는 노노. 택시는 비쌀테고 ㅠㅠ 아는 동생이 자꾸만 페리를 타고 무조건 나가야만 한다고 해서. 45분의 페리 시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의 쉬는 시간 8시간도 한 곳에만 있기에는 부담스러우니 페리를 타기로.

 

어제 선내신문 일기예보는 천둥을 동반한 비 -_- 우산을 챙겨 나갔는데, 비는 구경도 못함. 사실 비는 내가 육지에 나가 있는 동안 왔다고 한다. 수영복을 입고 나서진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타월이며 수영복이며 다 챙겨갔다. 윈다와 (이렇게 쓰면 제 친구가 이 친구가 하나인 줄 알겠지요. 맞아요. 저 친구가 하나 밖에 없어요 ㅠㅠ) 점심 먹을 곳 스캔. 괜찮아 보이는 식당 2층으로.. 생선 타코와 새우 샐러드, 그리고 지역 맥주를 주문했다.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하니 바다색깔이 상상하는 그 색이 되어 간다. 샐러드에 후추가 많이 들어간 것 빼고는 너무 맛있었음. 아보카드 소스 참 좋아 ㅎㅎ 나초는 수제 나초인듯. 난 참 이런 맛이 좋다. 토마토와 양파, 여기에 라임 조합. 천국이 따로 없다. 조금 더운 것 빼고는….

 

점심을 먹고 윈다는 스타벅스에 간다고 해서, 나는 페리를 타러 갔다. 나오기 전에 스케쥴을 확인 한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컸다. 정각마다 출발한다는 단순한 정보였지만. 한 40분여를 타고 가자 갑자기 바다색깔이 밝게 변하는 구간이 있었다. 신기하네. 물론 가까이에서 보면 에메랄드 색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난 여전히 내 고향 동해바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ㅎㅎ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세상 어디를 가봐도 동해만큼 이쁜 바다가 없으니까^^ 날씨도 좋고. 관광객들이 코즈멜보다 더 많은 듯 했다. 관광거리도 꽤나 길었다. 정돈도 잘 되어 있었고. 기념품 살 것도 사고, 기념품 가게도 규모가 엄청 커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아이디어 번득이는 티셔츠가 많았는데,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또 막상 사려고 둘러보면 눈에 띄는 게 없고 그랬다. 


힝.. 하도 돌아다니니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함. 안되겠다. 수영을 해야 겠다.

해변으로 가서 오늘도 데려간 푸 타월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나소보다 사람이 많으니 외롭지 않음 ㅋㅋ 저 멀리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도 보인다. 물에 잠깐 들어가서 놀다가, 나와서 한없이 누워 바람 쐬고. 물에 들어가 놀다가 나오기를 반복 ㅋㅋㅋ 역시 혼자 잘 노는 군… 누워서 잠깐 자기도… 아.. 좋다…. 참 재미있었는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안녕.. ㅠㅠ 돌아오는 페리안에서는 잠깐 잤는데, 그래서인지 금세 도착했다.


코즈멜로 돌아오니 바닥이 다 젖어 있었다. 비가 온 모양이다.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우니 작은 동네를 구석구석 돌면서 구경했다. 맥주 한 잔을 더 할까 하다가, 슈퍼마켓에 잠시 들르기로. 린스를 사야 했으므로. 슈퍼마켓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이마트 정도 되는 규모. 돌아다니면서 커피도 좀 사고, 과자도 좀 사고, 주스도 좀 사고, 또띠아도 사고, 신라면도 사고, 바닐라 액(?)도 사고. 사고. 사고. 샀다.

 

오늘은 현금이 없었으므로, 카드를 긁었는데, 신용카드 긁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고 신기하다. 신용카드는 한 장 밖에 없는데, 가끔 아주 가끔 옛날 기계가 칩을 못 읽는 경우가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한 번, 오늘 한 번 그 일이 생김.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Sea pay (월급 통장, 사실 설정되어 나온 비번 외우는 게 어려워 현금 인출에 실패한 적 있음. 그 이후로 그냥 월급 모으는 카드 ㅋㅋ 예전 회사에서는 월급을 한국 통장으로 받는 것을 신청해서 한국 외화통장으로 입금되었다.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고, 미리 현금 가불도 신청하면 가능했다. 지금 회사는 Sea Pay 를 이용함. 나중에 어찌 돈을 옮길 지는 알아보지 않음ㅋㅋ) 를 비번 시도 했는데 승인. 대박. 큰일이다. 이제부턴.. 뭔가 카드를 긁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꼴이니… ㅋㅋㅋ


캐빈으로 돌아와 좀 자다가 가려 했는데 장 보는 것이 늦어져 ㅋ 씻고 바로 일하러 감 ㅋ 오늘은 꿀 잠 자겠다. 겁네 피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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