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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25.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24일

어제 새벽(7시, 내게는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해서 그런가, 중간 쉬는 시간도 밖에 나가서 놀아서 그런가, 물놀이를 해서 그런가 너무 피곤함 ㅠ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코즈멜을 즐겼는지 시체처럼 일함 ㅋㅋㅋ

크루 드릴 있는 날. 9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보통은 맨 마지막 순서로 퇴선 명령시까지 대기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다. 다행인 건가. 그리고는 지금까지도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이 비가 더위를 조금 시켜줬으면 좋겠다. 밤에 잘 때 너무 더워서 ㅠㅠ

파나마로 가는 중이다. 파나마 운하를 건너기 위해 가는 중이다. 파나마 국적의 우리 배가 파나마에 가는 건 조금 뜻 깊은 일.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 곳을 올해만 두번이나 오네. 그리고는 나카라과의 코린토. 지난 크루즈 때는 이래 저래 응급상황들이 많아서 스케쥴이 많이 변경 되었다. 헬리콥터 이송도 많았고, 다시 육지로 되돌아가는 일도 많았고. 다행히도 이번 크루즈는 이상무. 대통령께서 우리 방문때마다 승선하시며 격하게 환영해주는 코린토. 지난 번엔 아쉽게도 4시간 밖에 머물지 못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버나잇이다. 어딜 가야할까나. 그 이후에는 2주간 지루한 긴 항해를 거쳐 하와이로. 이번엔 꼭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말겠어! 그리고 열 흘간의 항해를 마치면, 승객들 사요나라. 나도 집으로 사요나라.

오늘은 크루 파티가 있는 날이다. 장소가 없으니 평소에는 작업하는 공간에서 파티를 하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무료 음료 2인 쿠폰을 소중히 들고, 가보았다.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는데 보통은 미고랭, 각종 튀김 과자 등등. 오래 기다린 끝에 음식을 들고, 맥주 두 캔과 함께 클리어. 조명이 꺼지면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즐기기도 하는데, 난 영… 예전에는 이런 것에 빠지지 않고 동참했는데, 이상하게 점점 멀리하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함께 하지 않게 된다. 클럽메드에 한 번 갔다와야 하나.

모든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난 꽤나 조용한(?) 성격인데, 클럽메드 2년 지오 생활을 하면서 그 성격이 360도로 바뀌었다. 매일 밤마다 파티를 즐기며, 지오의 임무를 다한 것이 다 인데, 손님들은 나에게 한국에서 꽤나 놀아본 사람 이라는 농담도 자주 해주셨다. ㅋㅋㅋ 아마 내 잠재되어 있었던, 억압되어 있는 그 무언가를 발산해서 그런가 보다. 그 뒤로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기도 했는데,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이 잠재되어 있어 있는 듯 하다. 막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직까진 좀 부끄러워… ㅎㅎ 지금도 조명이 꺼지고, 사람들이 춤추기 시작하면서 가만히 앉아 음식 먹으며 맥주 마시던 나는. 걍 캐빈으로 돌아왔다 ㅋㅋㅋ 뭔가 멍석이 엄청나게 깔려야 즐길 것인가보다 ㅋㅋㅋ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지금의 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된 생활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한달여가 남았고, 끝남이 아니라 잠시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끝남을 준비하는 건 아마도 마음의 결정을 내린 걸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지난 쉬어 가는 다이어리에도 썼듯이 “이대로 괜찮은가” 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인 듯 아닌 듯 복합한 듯 아닌 듯 잘 사는 듯 아닌 듯 그런 하루하루 들이 오늘도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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