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앵두 Oct 26.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25일

10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이 느낌 참 좋다. 배가 조금 흔들리고, 어제에 이어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이런 날에는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하면 딱일 텐데 아쉽구나. 한국가면 비가 올 때마다 김치부침개, 파전, 감자전 다 해 먹어야지. 갑자기 마시고 싶은 알밤 막걸리…

특별히 기억날 만한 일 없는 하루. 내일 파나마 말고 그 다음 코린토 승하선 승객 서류 준비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여유롭게 그림도 그리고, 했다. 한국가면 색칠하는 법을 좀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저녁에는 뉴욕에서 리셉션 한국 동생에 사온 김치를 개봉하며 꿈에 그리던 그 김치 맛을 느끼며 기분 좋게 마무리 ㅎㅎㅎ

한국 정착 준비의 일환으로 글 하나 쓰려고 마음 먹은 터라 노트북을 켜고, 크루바에서 사서 몰래 캐빈으로 가져온 하이트를 마시고 있을 때 윈다에게 전화가 왔다. 더우니 크루바에서 만나자는 것. 모 글이야 내일 써도 되니까 ㅋㅋㅋ 미루고, 시원한 크루바에서 맥주 3캔 클리어. 캐빈 너무 더워 힝. 코즈멜에서 산 내 입맛에 딱인 할로피뇨 맛 감자칩도 먹으면서. 그동안 못다한 수다를 수다를 그렇게 떨었다. 사무실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지만, 개인적인 대화는 눈치가 보이니 ㅋㅋ 가끔씩 이렇게 풀어줘야 하선때까지 버틸 테니까… ㅎㅎ

아. 갑자기 닭갈비 먹고 싶어짐. 볶음밥도. 치즈도 얹어서… 그래, 오늘부터는 목록을 만들어야지. 뭐니뭐니 해도 0순위는 맛있는 삼겹살 ㅋㅋㅋ 먹고 싶다 삼겹살…. ㅎㅎㅎㅎㅎㅎㅎ

오늘은 월급 명세서 받는 날이었는데, 한달에 한 번 회사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숫자로 매겨진 종이를 받으며 기분 나빠지는 날이다. 나는 항상 과소평가 받고 있으니 ㅋㅋㅋ 단 한 번도 제대로 평가 받은 적이 없다. 제대로 평가 받으면 회사가 날 감당하지 못 할걸? ㅋㅋㅋ 이게 뭥미. 뭔소리.. 잊고 살던 돈에 대한 생각을 아주 잠깐 하게 되는 날. 더불어 소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는 날. 좀더 버리는 생각을, 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하는 날. 그러면서도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 반성하는 날. 돈이란 무언지. 소유란 무언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뿐. 난 그냥 이렇게 살리다. 복잡한 건 싫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