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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Nov 08.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7일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4개의 색으로 구분된 팀들의 준비가 며칠 전부터 한창이었다. 점심을 먹고, 행사가 열리는 야외갑판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그 열기가 대단하다. 마침 각 팀의 응원전이 열릴 참이었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진행이 되느라 진행 속도는 느렸지만,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동회를 즐기는 것이 보였다. 어린이부터 나이 많으신 분들까지. 각 팀의 색깔로 옷을 입고, 치장을 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보였다. 날씨도 구름 낀 날이라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었다. 늘 운동회는 덥다고 했는데… ㅋㅋㅋ

두 팀의 응원전을 보고는 마침 해가 뜨길래 더워지기도 하고,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운 것도 같고 해서 내려왔다. 줄다리기도 하고, 단체줄넘기도 하고, 각종 게임도 하면서 오늘 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겠지…

오늘의 마감은 7시 반이 되지도 않아서 끝이 났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 예전에는 1시간 돌려지는 날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1시간도 필요 없다. 어서 시간아 가라. 집에 좀 가게. 를 외치고 있다. 모두가 모이면 하선 이야기를 한다. 휴가 이야기를 한다. ㅋㅋㅋ

자기 소개 글을 바다 위의 스튜어디스로 바꿔보았다. 예부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스튜어디스 하면 키 크고, 단아하고, 이쁜 언니들이 연상이 되니깐. 나의 실체를 아시는 분들도 많지만 -_-ㅋ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니. 그들의 상상 속에서나마 어여쁜 내가 되고 파서?? 이번 크루즈의 목표는 뉴욕, 다이어트, 이뻐지기 등이었는데 하나도 제대로 달성한 것이 없으니 이렇게나마 달성해봐야겠다…. ㅋㅋㅋㅋ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한국어 교실이 열렸다. 사실 바쁜 유럽을 지나, 미국까지는 너무 바빴고, 미국 이후에도 너무 바빴고. 물론, 내가 바쁜 건 아니고 학생들이 ㅎㅎ 그렇게 미루다 오늘 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간단한 단어와 동사 몇 가지를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깨닫곤 한다. 알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모국어, 한국어. 에잇.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거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한국에 없는 지난 8개월 동안 부쩍 실력이 늘어 있을 윌리엄과의 공부도 기대된다!! 한국 노래와 영화, 뉴스 등으로 학습자료를 만들어 보리라.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더 더디게 가는 것 같으니 생각하지 말고, 그저 지금에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를 살아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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