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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04.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25일 고베, 일본. 승객들 하선일

고베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짐운반도 다음날 아침으로 연기되었다. 그나마 고베는 오후 2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오전에 짐운반을 시작해도 여유가 있었고, 결제하는것도 사람도 많지 않을 뿐더러 혹여 실수가 생겨도 하선 전 이므로 대처 가능했다. 

새벽 1시에 시작된 빌 클로징은 3시가되어 끝이 났다. 300명이라 간단하군! 하하.

이틀 연속으로 새벽에 일하고 해서 오후에 5시간 정도 쉬는 시간이있었다. 오전에 바쁜 일이 다 끝이 나고 점심을 먹고 캐빈에 와서 뻗었다. 정말이지 비몽사몽. 그렇게 한참을 자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크루들 쇼어 리브 방송이다. 2시40분. 3시 반 전에 쇼어리브가 뜨면 나갔다 와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뜨다니. 예상치 못했지만, 5시까지 쉬는 시간이니 얼른 나갔다가 와야지 싶었다. 자기 전에 일본 동전을 미리 챙겨놔 둔 것이 신의 한 수. 역시. 미래를 보는 능력(?)이란 ㅋㅋㅋ

고베 터미널에서 시내까지는 지하철로 두 정거장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살 것 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하고 와야지. 슈퍼마켓은 천국이다. 오랜만에 와 보는 슈퍼마켓. 넘 반갑다. 녹차 사고, 스시도좀 사고, 인스턴트 명란젓 스파게티도 사고, 과자도 좀 사고ㅋㅋ 이내 장바구니 한가득 ㅎㅎ 계산을 하고,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라떼를 마시고는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은 바깥 외출은 지친 일상의 단비 와도 같았다.

(허나. 사무실로 돌아와서부터, 리셉션 마칠 때까지 그 3시간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크루즈 생활을 통틀어 가장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허나 고맙다.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가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 ㅋㅋㅋ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 한다. 아직은 이 회사에 몸 담고 있으므로.)

저녁 메뉴 확인도 않고, 내 캐빈에 윈다를 불렀다. 오늘은 저녁 메뉴 따윈 중요치 않아!! ㅋㅋ 내가 사가지고 온 스시와누군가 내 손에 쥐어준 맥주 두 캔. 윈다에게 누군가 사다 준 교자와 먹거리들, 플러스 일본 맥주 두 캔. 이틀 연속 승객들 하선 시키느라 우리는지쳤지만 맛난 음식들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며 어제 오늘, 수고한 기념 파티를 조촐히 하였다. 파티가 주된 목적이라기 보다는먹기와 마시기가 주 목적….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틀만 더 가면, 이틀만 더 가면,한국으로 슝.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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