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 편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by 꿈꾸는 앵두

https://brunch.co.kr/@seonjusunny/320


(이어서)


2012년 10월 클럽메드 지오가 되었고 기약없이, 계획없이 그저 꿈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 라고 생각이 든 순간, 미련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소중한 발리에서의 2년의 생활이 두 줄로 정리되는 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 보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2014년 10월 한국으로 온 후.

꿈을 이루고 방황했다. 이뤄야할 꿈이 없다니... 이런 절망이... 이럴 때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기다리는 게, 찾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다 국비지원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 프로그램. 하루에 7시간, 약 2달간 총 330시간 원어민 수업을 받고, 공부하고, 취업수당(?)을 명목으로 얼마 간의 돈도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있나... 친언니네 집에 머물까도 했지만 한시간 가까운 통학 시간을 아끼기 위해 걸어서 1분 거리의 고시원에서 치열하게 그 해 겨울 공부를 했다.


봄부터는 고향에 있었다. 그렇게 한두달 지내다가 크루즈 승무원을 알게 되었다. 잘 몰랐을 때는 그런 거 관심 1도 없어 하고 생각했는데, 신세계, 그야말로 뉴월드였던 크루즈. 클럽메드 지오를 알게 되었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러다 한 에이전시를 알게 되었고, 에이전시 면접을 보고, 본사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에이전시 면접 후 일주일 후 감사하게도 이메일과 전화가 왔다. 기다리는 게 힘드시죠? etc... 하지만 본사에서 답이 없는 것을 에이전시에서 어쩔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에이전시에서도 본사에서도.


시간이 흘러 한 달이 되었을 때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나는 취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8월 정말 운이 좋게도 미국계 호텔 체인의 외국인 총지배인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사실 고향에 내려와서 다른 호텔 여러 곳에도 지원을 많이 했었는데 내 나이(그 당시 30대 초반)를 간과한(내 나이 쯤이면 한국에서 대리 급이다. 호텔업계에서는 이라고 다른 호텔 면접 자리에서 내게 말해주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뜻이었을 까 궁금하다. 면접 질문은 주로 나이 어린 상사와 잘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였다. 한국 사회를 나는 잘 몰랐었구나... ) 채 클럽메드 경력만을 믿고 프론트 부서로 지원을 했으니 될 리가 만무했다. 그러다 눈을 돌려 총지배인 비서(assistant to general manager)로 지원을 했고, 합격했다. 나이 따위는 묻지 않는 기분 좋은 면접.


열심히 일했다. 나도 이제 한국 사회에 정착을 하는 구나. 직장인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매일 정장 입고, 뾰족 구두 신고 출근하는 맛. 미국계 호텔이고, 총지배인이 외국인이다 보니 모든 업무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었기에 배운 점도 많았다. 그리고 호텔 업계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 전혀 없고(오히려 역차별 같이 죄다 여직원들), 나이에 대한 차별도 전혀 없고, 교육과 성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던 호텔이었다. 총지배인은 내게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호텔 안에서 너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성장하라며 늘 말씀하셨다. 참으로 감사하다.


6개월쯤 일 했을 까. 에이전시 면접을 보면서 알게 된 언니가 연락이 왔다. 이번에 다른 에이전시에 지원해서 합격을 했다. 너도 써 보아라.


별 기대 없이 지원을 했는데.


오마이갓.오마이갓.


2016년 2월 초의 일.

지원하고(월요일) -> 에이전시 면접 보고(수요일) -> 본사 면접 보고(금요일) -> 합격 통보(토요일)


일주일 만에 나는 꿈에 그리던 크루즈 승무원 합격을 하였다.

서류들 준비하고, 3월 한 달 내내 부산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3월 31일에 회사 퇴사를 했고.

2016년 4월 5일 제주도에서 이탈리아 크루즈 코스타의 13만톤급 세레나 호의 한국인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블로그 이웃분 중 한 분의 예를 보면 본사와의 면접 텀이 6개월 정도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면접 텀이 이렇게 긴 경우도 있고, 합격 통보를 받고도 몇 달 동안 대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시기인데 조금 뒤에 뽑힌 예비 승무원들은 포지션 변경을 요청받기도 하였다. 사실 내게도 승선 바로 전에 처음 면접 봤었던 에이전시에서(거의 10개월만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 가히 웨이팅의 싸움, 정신력의 싸움, 인내의 싸움이 아닐 수가 없다.


이 기다림을 버텨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는 그 자신이 없어서 취업을 했고, 안정적이었던 신분과 마음가짐을 먼저 얻으며 불안을 해소했고, 크루즈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있을 곳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지원을 하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타 부수적인 일들(퇴사처리나 기타 서류 준비)은 닥치고 난 후에 걱정하고 고민해도 늦지 않기에.


정말 정말 정말 개인적인 의견인데 클럽메드나 크루즈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이게 최종 목표가 되거나, 이것만을 바라보고 준비하지 말라는 것. 최종 목표가 되지 않는 것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 이것만을 바라보고 준비해도 되지만 그럴 경우에는 지금 당장 결과가 나지 않아도 조바심을 갖지 않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하루하루가 괴로울 것이므로. 모,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예전 글의 가뭄에 콩 나듯이 댓글 주신 분들 중에는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루즈 승무원 때 제 사진으로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한국어교육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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