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 편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by 꿈꾸는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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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016년 12월 초, 크루즈 승무원 8개월 계약을 무사히 마치고 하선했다. 비록 노선이 한중일 무한반복 네버엔딩이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잘 생활했다.


보통 하선 후 2-3달 정도의 무급 휴가를 간다고 했다. 하선할 때 다음 승선일이 정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겨울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굳이 많은 승무원들이 필요하지 않겠지.


무얼할까 하다가, 예전부터 막연히 관심이 있던 한국어교원양성과정 교육을 알아보았다. 마침 그 당시 지원기간이 맞았던 학교는 두 곳이었다. 연세대학교와 한 곳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두 곳을 고민하다가, 연세대 어학당이 시초라는 말에, 그리고 뭔가 연세대 하면 주는 무한한 신뢰감이 있지 않은가... ㅋㅋ 별 고민없이, 별 정보검색도 없이 신청했다. 어차피 어딜 가든 나 하기 나름일 테니까.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약 5주 정도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막 시작될 무렵, 나의 승선날짜가 왔다. 회사에서 바라는 날짜가 교육 끄트머리라 양해를 구했고, 회사도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침 한국 손님들을 위한 전세선 노선이 있었던 지라 한국인 승무원이 필요함)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교육을 잘 마치고 싶어 나도 고집아닌 고집을 피웠고, 회사에서 감사하게도 오케이 해 주었다.


교육받았던 이는 총 48명.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많은 인원에 최고의 강사진이 투입되는 과정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인 만족도가 100이라면 100점 주고 싶은 과정이었다. 물론, 교육비가 제일 비싸다는 게 흠. 더구나 편의상 반을 나누었는데 내가 속했던 라반 선생님들은 정말 최고. 아직까지도 그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오고 있다. 다들 우리를 부러워 했을 정도로.


학습도우미라고 연세대 어학당 학생들과 매칭 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나는 미국인 친구 2명을 매칭 받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며 서로 도움을 주었다. 하얗게 겨울을 다 불태웠던 교육이 끝이 났고, 나는 결국 승선을 포기했다. (이부분은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세계일주 크루즈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고향에 내려와 매년 9월에 있는 3급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미국 친구들은 스카이프로 꾸준히 만났다. 그러다 정말 갑자기, 정말 갑자기 다른 크루즈 회사에 승선을 하게 되었다. 2017년 4월 3일...


번외로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승선 중 K-pop과 런닝맨을 좋아하는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한국어교실을 열기도 했다. 이때 정말 자음, 모음 모르는 사람들 가르치는 노하우를 조금 터득했다.


2017년 11월 28일 하선을 했고, 2018년 4월 말 승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라는 나의 모토에 따라 당시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전공 추가모집에 지원하여 나는 지금 한국어교육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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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지원(그리고 파견)과대학원 지원(그리고 진학)은 모두 '한국어'라고 하는 길은 같았지만,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한다. 기다리면서 생기는 불안을 견디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나는 유리멘탈이므로.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코이카 전형은 꽤나 길다. 지원을 하고, 기다리고, 면접을 보고, 기다리고, 신체검사를 받고, 기다리고... 가뜩이나 뭔가 준비되어있지 않은 듯 한 미래에 불안할텐데 몇 달 걸리는 이 전형을 지금 당장은 견뎌낼 자신이 없었고, 마침 대학원 추가 모집을 하니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교육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 한다. 나는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난 이제껏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들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으며 살아왔고, 잘 살아왔기에. 난 한국어교육이 내게 맞을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들었다. 그리고 맞다는 결론을 냈다.


작년에 만났던 미국인 친구 중 한 명은 하선 후에 아직도 스카이프로 공부하고 있고, 얼마전 친구의 남편도 소개 받았고, 그들과 공부하면서, 자료를 모으면서, 교재공부를 하면서, 국어문법, 한국어교육에 대해 공부하면 하면 할수록 더욱더 확신이 든다. 이 길이군.하고 말이지. 물론, 내가 한국어교육을 평생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다른 즐거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교육 ^^


1483325813895s.jpg [첫날, 교재와 설명서들 한 컷]


1486099873622s.jpg [떨리던 수업시연실습]


개강은 했지만 수업은 계절제라 7월부터지만 이사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출발과 시작이라 괜히 설레인다.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시리즈(나 혼자 붙인 시리즈)의 마지막 '세계일주 크루즈 편' 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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