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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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늘 노래를 불렀었다. 나는 마이애미에 가고 싶다고.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고.
코스타 세레나 호를 하선 하고, 두번째 계약 날짜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두세달은 쉰다고 하는데 나는 4주도 안되서 연락이 왔다. 한달 뒤 승선. 한국어 교육 양성과정을 하고 있어서, 수료를 하고 가겠다 했다. 2월 7일 승선이던가.
신체검사 서류며 승선에 필요한 서류들이 오갔다. 그러다 같은 세레나 호의 같은 노선을 8개월을 탈 자신이 없어졌다. 타면 또 타겠지만, 그때의 마음은 그 짓을 또 8개월 더? 라는 생각이 더 컸다. 회사에서는 2개월 후인 4월에 다른 호로 트랜스퍼 해주겠다 했다. 승선해 있는 친구를 통해 시스템에도 나의 트랜스퍼 날짜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그런 배려가 고마웠다. 한국어 교육이 아니었다면 승선을 했겠지만, 지금 또다른 즐거운 일을 찾은 마당에 한중일 무한반복 네버엔딩 크루즈를 또 타기가 싫어졌다. 공부를 이유로 승선을 하지 않았다.
3월 1일 고향으로 내려왔다. 코이카 지원을 해서 2년 봉사활동을 가던지 9월에 있는 3급 시험 준비를 하기로 했다. 3월 중순에 코이카 지원공고가 떴고, 기회는 먼저 오는 것부터 라는 나의 모토에 따라 코이카 준비를 시작했다. 자기 소개서도 정성껏 쓰고, 면접 준비도 하고.
2월 말에 12월 하선하자마자 연락을 해 놓았던 에이전시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 크루즈 회사에서 한국인 리셉셔니스트를 뽑는다. 하고. 그리고는 연락이 없어서 고향에 내려온 후에 팔로업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었고, 한 일주일 뒤 쯤 자기 출장 중이었다고 하면서 면접 보자고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그 분은 수차례 승선을 진짜 할 것인지 확답을 내게 받고, 받고 또 받았다. 그리고는 크루즈 회사와의 면접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최종합격통보를 해 주었다. 그리고는 10일 뒤쯤 승선을 하게 될 거다 했다.
정신없는 일주일이었다. 서울 가서 신체검사 받고, 세계일주 크루즈라 황열 접종도 받고, 그쪽에서 요구하는 서류들도 다 해서 보내고. 정말 그렇게 해서 승선하게 되었다, 세계일주 크루즈에.
2017년 4월 3일.
운은 이때 다 썼다고 생각이 될 정도다. 세계일주 크루즈 라니. 나는 알래스카나 마이애미 주변 무한반복이었다고 해도 절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내 몸 바쳐 승선해 일 했을 텐데... 100일간의 세계일주를 두 번 하고 하선했다. 내 평생 이런 경험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을 까...
씨를 뿌려야 싹이 나고, 움직여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12월 초에 하선하고 한국어 교육이 시작되었던 1월 전까지 씨를 많이 뿌렸다. 인터넷 검색으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크루즈 회사에 지원을 했고, 눈에 보이는 다른 나라 크루즈 에이전시들에 연락을 했다.(한국인 담당 채용 에이전시가 별로 없다) 당장 연락 온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다. 이 씨가 몇 달이 지나니까 싹이 나기 시작했다. 승선하게 된 세계일주 크루즈도 그렇고, 다른 나라 에이전시지만 한국인 채용하는 곳에서 면접 제의도 왔고, 1년 전 면접보고 본사면접 기다리다가 포기했던 곳에서 이력서 다시 본사 제출 해도 되겠냐고 전화도 왔었고. 승선 후에도 한 곳에서 혹시 면접 가능하느냐 하는 메일도 받았다.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씨를 뿌려야 하고, 꾸준히,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내가 비로소 준비되었을 때 행동하면 늦을 수도 있다. 먼저 행동하고, 준비해도 늦지 않다. 할까 말까 하는 고민할 시간에 먼저 지르고, 된 다음에 할지 말지 나중에 고민해도 된다. 기회는 행동해서 잡는 자의 몫이다.
선택했다면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자.
괜히 남 탓 하지 말고. 분명 계약서 사인하고, 처우에 대한(특히, 월급) 정보를 알고, 동의하고 승선했을 텐데,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고, 하는 일에 비해서 돈을 적게 받는 다고, 소개해준 에이전시 탓을 하거나, 교육받았던 기관 탓을 하거나는 하지 말자. 물론, 정확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받아 승선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탓하는 것보다 둘 중 하나 하면 쉬운 거다. 그만두던가, 힘내서 조금 더 지내보던가.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고, 늘 공평하거나 상식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꼭 인지했으면 좋겠고, 결국 선택의 나의 몫이며 책임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크루즈 승무원 이야기를 마치며]
약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썼던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하선 후 각 나라별로 기념품 업데이트.
그리고 몇몇 하고 싶은 이야기들.
크루즈 승무원 관련 이야기는 하고 싶은 만큼 다 한 듯 싶다. 물론, 쓰려면 세세한 것부터 해서 소소한 것까지 더 쓸 이야기들은 많지만, 여기서 그만 할까 한다. 승선 전 알아야 할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직접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연을 구상중인데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메일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그럼 그동안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어교육 이야기로 찾아뵐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