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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Apr 26. 2018

크루즈 승무원과 인터넷

첫 컨트렉. 난 분명 한중일 바다 사이 어딘가에 떠 있는 상태였는데, 육지와 동떨어져 태평양을 건너는 것도 아니었는데, 스마트한 세상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나만 뭔가 단절된 느낌으로 살았다. 사실 이번에 승선 안한 이유 중에 인터넷도 쪼~금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호기심이 폭발중인데(어렸을 때 뭐하고 지금;;)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에게 배 생활은 이런 나를 온전히 채워줄 수가 없다.


카톡 1이 뜨기 전 상태를 본 적이 있는지(눈물ㅠ)

이모티콘이 뜨기 전에 어떤 상태인지 본 적이 있는지(눈물ㅠ)


크루즈 안의 인터넷은 많이 비싼 편이다.
코스타 크루즈는 분당 $ 0.07 였는데, 연결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카톡이나 페이스북 확인 정도밖에 못하다고 보면 된다. 무얼 다운로드 받는 다던지 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선 할 쯔음해서 승무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10불에 1GB, 45불에 5GB 하는 식의 크루 멤버용 패키지가 생겼는데, 이또한 시범적으로 내가 승선했던 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였다. 중요한 건 이래나 저래나 넘 느리다... 그래도 코스타는 와이파이 존이 따로 있지 않았고, 배 모든 구역에서 사용 가능 했다.


오션드림에서는 200분에 20불. 즉, 1분에 100원. 승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는 크루바에서만. 승객들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시간이 곧 돈이다. 그래서 카톡은 늘 쓸 말을 다 써 놓는다. 그러면 인터넷 연결이 안되었을 때 빨간쌕 표시가 옆에 뜨고, 인터넷을 연결을 하면 그 표시만 눌러서 다시 보내기를 하는 식으로 살았다. 배 안에서. 이 무슨 원시시대적인 인터넷 사용이란 말인가! 비단 카톡 뿐만 아니다. 인스타그램도 비슷하게 미리 사진을 올릴 수가 있다. 사진도 고르고, 글도 쓰고, 그럼 업로드가 안되었다는 표시가 뜨고, 인터넷 연결하면 바로 그 표시만 눌러서 올리는 식이다. 갑자기 나는 눈물... ㅠㅠ


그런 인터넷으로 매일 매일, 3개월간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글을 발행했다니, 괜히 뿌듯하다 -0-

(매거진 뒤로 가보면 글들이 다 있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


크루즈 승무원들이 인터넷이 되는 크루즈 터미널에 바닥에, 의자에 앉아서 전화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초집중하면서 인터넷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크루즈 터미널들은 인기 만점이었다. 속도 면에서 최고 였기에. 나는 인터넷보다는 기항지 관광이 먼저였으므로 기항지 스타벅스에 쉬는 시간 내내 앉아서 인터넷'만' 하는 우를 범하진 않았지만 의외로 오래 승무원 생활을 한 친구들은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쉬는 시간 내내 인터넷 하다가 귀선하는 경우도 많았다. 


승선 중에는 승객들이나 승무원들이나 인터넷에 대한 기대는 정말 하나도 갖지 않는 것이 맘 편할 것이다.


인터넷만 잘 되어도 나는 평생을 배 탈 수도 있을 듯,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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