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평생 배를 타시는 선장님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전교육을 받으셔야 한다. 포지션에 따라, 선원의 종류에 따라 이수해야 하는 과목은 다른 듯 한데, 나같은 경우 기초안전교육, 상급선박보안 교육, 여객선 기초 교육을 이수했다.해양법에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이 명시되어 있다. 이를 테면 해양법 몇 조 몇 항의 내용. 이라던지 하는 부분이다. 합격을 하면 에이전시나 회사에서 요구하거나 확인할 것이다.
승선전 안전교육은 부산에서 진행이 되었다.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져있고, 시험을 치르는 과목도 있다. 이수했다고는 하나 모두 처음으로 접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참 생소했다. 사실 크루즈 승무원 첫 계약 8개월 내내 안전관련 어리버리 했다는 것은 비밀.
마지막 교육 때 실제 생존정에 타 물에 내렸고, 수영장 3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훈련(물론, 겁이 많이 나는 3번을 도전해서야 성공했다.)도 하였으며, 소화기로 화재 진압 훈련도 하였다. 구명정에서 타보고, 소방호수로 화재 진압도 해 보고, CPR 5분 동안 압박도 해 보았다. 이 짧은 교육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훈련이 습관화 되어야 한다는 것.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크루즈 승무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 '안전' 이었다. 모두가 다 아는 사건도 있었고, 바다는 좋아하지만 물은 무섭다. 수영을 못하기에. 겁도 많고. 사람들이 지금도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무섭다. 잘 알지 몰라서 더 무서웠던 것도 있다. 아는 게 힘이랄까. 부산에서 안전교육을 받으며,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다.
승선 후에도 안전은 제일 중요한 사항이다.
승선하자마자, 짐 풀기도 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승선 후 얼마 동안은 안전교육이 얼마나 많은지, 시험도 보고. 그리고 4일에 한 번 씩, 손님들 승선하면 pax drill (손님과 하는 안전교육)도 해야 한다. 3,700명이 정해진 장소에 다 모여야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두 번 승무원 전체 안전교육이 있다. 지하 2층에서 불이난 상황이 보통 대부분. 그럼 화재팀이 투입되고, 나머지 크루들은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각자 임무를 다 한다. 그렇게 한시간 쯤 상황이 진압되는데. only for crew, only for crew, drill is over. drill is over. 이 안내 멘트가 얼마나 반가운지....
밑에 글은, 한국에서 7도 아니고 6도 아니고 3. 몇도의 지진에 우왕자왕한 안전불감증에 노출되어 있는 기사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승선 후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4일에 한번씩 손님들과 함께 전체 안전훈련을 한다. 3700명 승객 대상. 긴급시그널과 행동 요령,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훈련한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다. 승무원들은 주기적, 비 주기적 전체 승무원 대상 1000여명. 안전훈련도 하고. 파트별로 부분 안전훈련도 한다. 승선 후 가장 먼저 숙소에 짐 풀기도 전에 안전교육부터 받았다. 하선한 후 다시 승선해도 선장, 디렉터 할 것 없이 모든 교육을 다시 받고 지속해서 받는다. 사실 참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더이상 배가 두쪽 난다 해도 불안하지 않는다. 물론. 두쪽이 나면야 무섭겠지만. 화재가 난다던지. 손님이 물에 빠진다던지. 응급환자가 있다던지. 배가 멈춰 배를 버리고 탈출해야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내가 내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장 소중한 승객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월의 참사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인재.라고 말할 수 밖에.
지진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다.
늦었지만 대비해야할 때가 아닐까.
더이상 인재는 막아야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 와도 무섭지 않다.
왜냐면 우린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내가 다 아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난 그저 내 맡은바 손님들 calm down 시키고, PDA 로 ID 카드 스캔하고, Life craft 6 번에서 승객들과 탈출하는 임무만 성실히 제대로 한다면, 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