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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25. 2018

06.크루즈 승무원의 숙소

크루즈 승무원이 생활하는 캐빈

 크루즈라는 큰 배 안에서 계약기간 내내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혹자는 배 안에서 먹고 자고 하니까 돈 쓸 일이 없겠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기에... 눈물...

 

 크루즈 안의 숙소는 객실이라 하지 않고 선실 즉, 캐빈(cabin) 이라 한다. 처음 승선했을 때 캐빈 메이트라는 말이 어찌나 입에 붙지 않던지. 보통 룸메이트, 하우스메이트, 혹은 외국에서는 플랫메이트라고 하는데 캐빈 메이트라니. 캐빈 메이트는 보통 같은 부서끼리 배정한다. 같은 부서에 같은 국적 승무원이 없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 중국인, 일본인 등과 함께 같은 캐빈을 썼다. 


 승객들의 객실은 더블 침대가 있는 1-2인실, 2층 침대가 있는 최대 4인실로 나누어져 있다. 다양한 캐빈이 있기 때문에 크루즈 예약을 할 때 캐빈의 크기, 몇 명이 쓰는지, 창문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중요), 혹은 발코니의 유무에 따라서 크루즈 상품 가격이 다르다. 


 승무원들은 보통 2인 1실의 2층 침대가 있는 캐빈을 쓴다. 화장실은 2명이서 같이 쓰는 캐빈이 있고, 4명이서 같이 쓰는 캐빈이 있다. 크루즈에 따라서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매니저급 정도는 되어야 1인 1실을 쓰지만 2인실을 혼자 쓰는 정도로 매우 작다.


 내가 사용했던 2인 1실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고시원 같이 좁은 캐빈에 각 층에는 커튼이 달려 있어 나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이층침대가 있고, 언제든지 개개인의 승무원과 연락이 닿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유선 전화기는 캐빈마다 다 있으며, 캐빈 메이트와 함께 쓰는 책상 하나, 작은 옷장 2개, 침대 밑에 서랍, 티비, DVD, 캐빈에는 무조건 늘 구비해야 하는 구명조끼가 갖추어져 있다. 


 화장실에는 샤워공간, 변기, 세면대, 정말 필요한 것이 쪼꼬미로 있다. 크루 캐빈은 잠만 자고,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층침대는 모든 기숙사 및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먼저 오는 사람이 밑에 층을 쓴다.


 크루즈 승무원 캐빈의 규율은 굉장히 까다롭다. 배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안전을 위해 음식물 섭취, 음주 절대 불가이다. 전기 기구의 사용도 제한된다. 술이 캐빈에서 발견되면 바로 벌금 혹은 하선, 술을 캐빈에서 마시다가 적발되면 바로 하선이다. 캐빈 점검도 진행된다. 불시라고는 하지만 게시판에 미리 공지가 된다. 이렇게 공지가 됨에도 불구하고 휴대하지 말아야 할 물품들이 발견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더라.


 크루 캐빈을 청소해주는 크루들이 있어서(cabin steward) 간단한 청소를 해 주고, 쓰레기를 비워준다. 이 대목에서 크루즈 내의 계급 사회를 잘 보여준다. 이 서비스는 직급에 따라 다르다. 캐빈 크루가 없는 캐빈은 침대 시트도 직접 세탁실에 가서 받아 갈아야 한다.


 크기는 작았지만, 크루즈 생활을 하면서 침대의 커튼을 치고, 불을 켜면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가장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가끔... 그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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