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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25. 2018

07.크루즈, 신기한 암호이야기

브라보탱고와 코드 블루

 선내에는 여러 가지 암호가 있다. 긴급 상황에 크루즈 승무원들이 그 상황을 인지하고, 각자 맡은 임무를 하기 위한 신호이다. 승객과 공유하는 신호도 있고(긴급 상황시 장음 몇 번, 단음 몇 번을 들으며 각자 정해진 곳으로 대피해야한다는 주로 대피 코드 등),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승무원만 인지하는 암호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브라보 탱고(Bravo Tango)로 해적 관련 암호인데 해적이 침입했을 경우, 선내에 알려지는 방송이다. 선사마다 다를 수 있다.  오션드림 호의 노선이 보통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는데 홍해 진입 전 해적 출몰 지역을 지난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보탱고 훈련은 승객에게도 승무원에게도 필수다. 해적 출몰 지역을 지나지 않았던 세레나 호에서도 주기적으로 했던 훈련이었다. 


 해적 대비 훈련이 있는 날엔 승객과 승무원은 브라보 탱고 암호방송을 듣는 즉시, 캐빈으로 돌아가서 창문의 커튼을 치고, 캐빈 문을 잠그고 창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해야한다.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사무실에 있다고 한다면 사무실 문을 잠그고, 오피서들은 높은 직급의 승무원을 알아볼 수 없게 차고 있는 견장을 떼고 대기한다.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승무원만 따로 등의 해당 훈련을 주기적으로 한다.


 해적 출몰 지역을 항해하기 전에 각 캐빈의 창문을 닫는 작업이 시작된다. 외부에서 크루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로 모든 캐빈의 창문을 철제로 된 판으로 막는다. 공공장소도 예외가 아닌데 유리문마다 검은색 천으로 막고, 일정 기간 동안은 밤에 야외 데크의 출입도 통제된다. 해적 출몰 지역을 지나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며칠을 긴장과 함께 있어야 한다. 

 

 승전 전, 반드시 받아야 하는 필수 안전교육을 부산에서 받을 때 해적에 대한 관련 동영상을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실제로 배 안에서 대비 훈련과 조치를 하는 것을 보니 긴장감이 든다. 


 피스보트(Peace Boat:오션드림 호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NGO단체)가 해적의 공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고 하니 더욱더 조치를 강하게 하는 듯 하다.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어느 지점부터는 일본 해군의 에스코트도 받는다. 마음이 놓인다. 사실 크루즈 선은 많은 승선 인원을 이유로 해적의 주 타켓은 되지는 않는다. 크루즈보다는 크기는 크지만 몇 안되는 선원이 승선하는 화물선이 표적이 되기 쉽다.


 해적 관련 유명한 영화로는 '캡틴 필립스'가 있다.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로, 2009년 발생한 미국인 관련 최초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필립스 선장의 화물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고, 점령하는데, 선원들을 대피시키고, 선장은 인질이 되어 해적들로부터 구출되는 이야기인데 승선 중에 봐서인지 완전히 몰입해서 보았다.


 가끔 뉴스에서 우리나라 배나 선원들의 해적에 의한 피랍 소식을 듣는데 배 위에서 했던 이런 훈련의 경험때문일까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주 쓰이는 암호 중 하나인 코드 블루(Code Blue). 병원에서 쓰는 용어인 코드블루를 실제로 들어봤거나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승객이 다쳐서 의료진을 필요로 할 때 주로 쓰인다. 응급 상황에서 쓰는 암호인데 직접적인 단어로 방송을 할 경우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승무원들 간의 코드로 쓰인다. 


 코드 블루 암호를 들으면 선내 의사, 간호사를 포함하여 코드 블루의 임무를 가진 승무원들은 즉시 각자의 위치에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들것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보통인데 들것의 위치가 내가 일하던 5층 사무실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코드 블루가 방송되면 바깥에서 승무원들이 급하게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넘어지거나, 쓰러지거나 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사실 이러한 암호들은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만일의 사태에 대해 늘 훈련하고 대비하는 것. 크루즈 생활 중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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