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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25. 2018

08.흔들리는 크루즈

무섭지 않으세요?

 사실 '흔들리는 크루즈'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위험해 보이는 상황의 글을 쓰면 앞으로 크루즈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승객, 그리고 크루즈에서 일하고 싶은 예비 승무원들이 걱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크루즈의 피해갈 수 없는 생활 중 하나일 테니까 써 본다. 잔잔한 바다, 고요한 바다, 멋지고 아름다운 바다도 있고, 성난 바다, 태풍 바다, 높은 파도 바다도 있을 테니. 


 한중일 노선을 오갔던 세레나 호에서는 비교적 항해가 순조로운 편이었다. 가끔 기상이 악화되면 조금 일찍 출항하거나 아니면 다음 기항지를 포기하고 하루 더 머물거나 하는 상황 만이 있었다. 그러나 오션드림 호는 세계를 누비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배가 흔들리면 가장 괴로운 것이 바로 '멀미'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쉬려고 누워도 자꾸 선체가 움직이니 잠을 자기도 쉽지 않다. 그냥 움직임이 아니라 기분 나쁘게 계속되는 움직임이라 표현하고 싶다. 공공장소에서, 캐빈에서 구토를 하는 사람들이 는다. 멀미를 하지 않더라도 구토를 하지 않더라고 몸이 너무 힘들다. 승객뿐만 아니라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흔들리는 배는 모두에게 힘들다. 


 배가 많이 흔들리는 상황을 파도가 심하다는 의미로 rough sea 라고 표현을 하고, 좌우상하로 움직인다고 하여 rolling and picting 이라고 한다. 배가 많이 흔들리면 우선 정전을 대비하여 비상등이 각 복도에 켜진다. 비상시에 이 등을 보면서 대피할 수 있도록 함이다. 야외갑판 출입이 전면 통제가 되고, 안전상의 이유로 엘리베이터의 운행도 중단되기도 한다. 보통 한 두개만 중단하기도 하는데 한 번은 상황이 심해 모든 엘리베이터가 중단이 된 적도 있었다. 실시간 상황은 선내 방송을 통해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전달된다. 


 상황을 보고 싶을 경우, 사무실과 각 캐빈 티비의 배가 항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CCTV 채널을 보긴 하는데 그 상황을 보고 있으니 더 그 움직임이 3D 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꺼 버리게 된다. 걱정된 마음에 "우리 괜찮을까?" 라고내가 물으면 오션드림호 크루즈 승무원 7년차 동료는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많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역시. 연륜인가...

 

 크루즈 승무원으로 배를 탄다고 하면 사람들은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더구나 나는 수영도 못한다. (항공 승무원은 항공사에 따라 수영이 필수인 곳도 많지만, 크루즈 승무원은 수영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다만, 크루즈 승무원이라면 반드시 받아야하는 안전교육을 받을 때 퇴선 명령시를 대비해 수영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훈련도 하고, 물 속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함께 탈출하는 훈련, 구명정에 올라타는 훈련은 필수로 한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반복되는 훈련과 대비로 인해 더이상 무섭지는 않다. 승선 전에는 약간의 공포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화재 발생, 정전, 응급환자발생, 침수, 바다 오염 등등. 긴급상황시 각자 맡은 바 업무가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오션드림 호에서의 가장 심하게 배가 흔들렸을 때에는 배가 움직일 때마다 사무실의 바퀴 달린 내 의자는 무거운 내가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잡기가 어려웠고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였다. 다른 책상의 두 개의 의자들이 동시에 제멋대로 움직였고, 저쪽 모니터가 미끄러지며 움직였다. 책상 위의 가벼운 물건들은 다 쏟아졌다. 바깥 로비에서는 쿵 하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팜플렛 전시를 위해 세워놓은 스탠드가 로비에서 미끄러져 가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 쉬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혼자서 어찌나 바빴던지. 급한대로 박스 테이프를 가지고 와서 의자를 책상에 붙이고, 서랍을 열 수 없도록 붙이고, 모든 책장의 물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막았다. 걷기 조차 힘들다. 모니터와 키보드도 책상에 테이프로 붙이고, 액자, 냉장고 문, 물병, 떨어지기 쉬운 것들은 바닥에 다 놓고, 책상에 있는 파일들은 다 눕혀 놓았다. 


 사무실이 이 정도인데 당연히 승객 캐빈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명 사고는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딪히거나 하는 사고가 늘 도사리고 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캐빈으로 돌아오니 당연히 책상의 모든 물건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늘 육지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고정된 곳에서 걷고 생활하는 그 행복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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