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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30. 2018

09.바다 위의 인터넷

인터넷 잘 된다면 평생 승선도 가능 

 크루즈 내 인터넷은 굉장히 불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위성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싸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다. 승무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승객보다는 저렴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육지에서 사용하는 것에 비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승무원에게 기항지에서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와이파이가 잘 되는 스타벅스나 크루즈 터미널에서 인터넷을 하는 일이다.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메일 확인 등의 개인 용무를 보는 등 기항지 주변 까페나 크루즈 터미널에서 많은 승무원들이 핸드폰만 바라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의 크루즈 터미널들은 인기 만점이다. 인터넷 속도 면에서 최고였기에. 와이파이가 안되는 기항지의 크루즈 터미널도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인터넷보다는 기항지 관광이 먼저였으므로  쉬는 시간 내내 앉아서 인터넷'만' 하는 우를 범하진 않았지만 의외로 오래 승무원 생활을 한 친구들은 기항지 관광에 미련이 없다면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쉬는 시간 내내 인터넷만 하다가 귀선하는 경우도 많았다. 


 세레나 호는 선내 모든 구역이 와이파이 구역이다. 심지어 내 캐빈 침대에 누워서도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했다. 유럽 지중해 최고의 크루즈 회사답게 승무원을 위한 선내 메신저도 따로 있어서 선내에서 자체 연결망을 가지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승무원들끼리 메시지 주고 받거나 전화하거나 할 수 있었다. 물론 100% 잘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니었지만. 


 인터넷 요금은 쓰는 만큼 계산되는 형태로 분당 $ 0.07 였는데, 연결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카톡이나 페이스북 확인 정도밖에 못하다고 보면 된다. 다운로드 받는 다던지 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선 할 쯔음해서 승무원들의 혜택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10불에 1GB, 45불에 5GB 하는 식의 승무원용 패키지가 생겼는데, 이또한 시범적으로 내가 승선했던 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였다.


 오션드림 호는 와이파이 구역이 따로 있다. 승객들도 'wifi'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크루바에서만. 운이 좋게도 내 캐빈은 크루바 근처에 있어서 인터넷 신호가 잡혔다. 이마저도 기상상황이 악화되면 선내 인터넷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승무원들은 200분에 20불 즉, 1분에 100원 인 인터넷 카드를 구매했는데 참고로 승객들의 인터넷 카드는 100분에 20불이었다.


 크루즈 내에서는 육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인터넷 환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일단 너무 느리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인스타그램 알람이 제일 먼저 오고, 그 다음 브런치 알람, 페이스북 알람, 카카오톡, WhatsApp 순으로 온다. 알람은 제일 먼저 오지만 인스타그램은 용량이 큰 사진이나 동영상이 많기 때문에 사진이 뜨려면 시간이 걸린다. 글은 보이는데 사진은 볼 수 없는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전혀 못하는 상황. 내가 주로 글을 쓰는 브런치도 실행되고 있다는 표시가 보통 뜬다. 페이스북은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것이 뜨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복불복. 사진이나 이모티콘은 나중에 뜨는 경우가 많고, 메시지도 수십 초가 지나야 보내진다. 

 안 해본 사람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 메일과 블로그는 이상하게 잘 안 열렸고, 업데이트는 상상할 수 없다. 한국에서처럼 인터넷을 잡고 있다가는 요금 폭탄이다. 인터넷 사용료를 아끼기 위해 카카오톡 답, 메시지 등은 인터넷 연결 안된 상태에서 다 써 놓는다. 인스타그램도 미리 사진 올리고, 글도 다 써 놓는다. 와이파이 연결했을 때 이렇게 써 놓은, 전송 실패된 메시지와 업데이트를 한 번에 보낸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실시간 답이 어렵다는 걸 친구들도 알기에 한꺼번에 이메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이렇듯 크루즈 안에서의 생활은 분명 바다 어딘가에 떠서 살아있는데, 스마트한 세상 21세기에 왠지 나만 뭔가 단절된, 나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알고 싶은 것은 많은데 바로 바로 알 수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다. 


카톡 1이 뜨기 전 상태를 본 적이 있는지(눈물ㅠ)
이모티콘이 뜨기 전에 어떤 상태인지 본 적이 있는지(눈물ㅠ)


승선 중에는 승객들이나 승무원들이나 인터넷에 대한 기대는 정말 하나도 갖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인터넷만 잘 되어도 나는 평생 배 탈 수도 있을 듯 하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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