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1) 아끼다 똥 될 뻔

by 꿈꾸는 앵두

두 달 만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 놀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이 없으니 부동산에서 당연히 잊어버렸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강하면 따로 연락드려봐야지 했었다. 중개사님은 적당한 매물 두 개의 주소를 알려주며 관심 있으면 시간 날 때 보라고 했다. 전에 얘기해 놓았던 것을 잊지 않고 연락해주셔서 감사했다.

알려준 두 상가의 위치를 인터넷 지도로 살펴보니 다행히 도보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나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한 곳을 가장 선호했는데 중개사님도 그 점을 고려한 것 같았다. 이동하는 길도 대학교 안을 지나가서 안전했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과 과제로 바빴고, 언니도 회사에 다니고 있어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주말에 함께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언니도, 나도 바빠서 바로 그 주 주말에는 가보지 못했다. 학교 수업으로 정신없는 바쁜 날들이었다. 다시 돌아온 주말에 상가 생각이 나서 부동산에 연락해 보니 아직 안 나갔다고 했다.

언니와 함께 상가를 방문해보고는 정말 놀랐다. 깔끔한 신축 원룸 건물의 1층 상가였고 무엇보다 깨끗한 화장실이 안에 있었다. 좋은 위치와 합리적인 가격에 깨끗한 화장실, 그 모든 것이 완벽했다. 텅 빈 곳이라 인테리어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만 정하면 되었다. 차가 없어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거리를 측정해 보려고 사는 곳에서 걸어가 보았다. 25분 정도 걸렸다. 버스를 타고도 가 보았다. 버스 배차에 따라 달랐지만 20분 정도 걸렸다. 밤에도 가 보았다. 대학교에는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 건물이 많아 안전했다. 친구와도 가보았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났다. 부동산에서 소개해 준 또 다른 매물은 혼자 가보았는데 큰 길가에 있어 위치는 좋았지만, 가격도 비쌌고 공간 크기도 작아 비교해볼 필요도 없었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언니는 해외로 여름휴가를 갔다. 며칠 고민 끝에 마음을 정했다. 계약금이라도 걸어놓을까 하다가 부동산과 언니가 친분이 있으니 계약은 언니와 함께하고 싶어 기다렸다. 언니가 휴가에서 돌아오는 날에 만나 바로 계약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다음날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에 연락해 본 언니가 그날 오후에 누군가 계약하러 오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언니가 다음날 계약하러 가겠다고 부동산에 연락을 취했는데 듣게 된 비보였다.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고심하여 어렵게 마음을 정했는데 눈앞에서 계약을 놓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공간은 내게로 왔다.



1 텅빈공간.jpg <텅 빈 공간. 연두색 벽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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