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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130.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 말고

'바른 것'이나 운명론에서 벗어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


"온전하게 마음을 다하지 않는 삶들이 대부분 실패인거지, 내가 온전하게 마음을 다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얻은게 있을 것이다. 만약에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않았더라도 그조차 나를 발전시키는 레슨비를 치른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무언가 시작할 때 이것이 '나의 운명이야' 라고 10년 정도 해보세요"


힐링 전문가 김창옥교수가 포프리쇼 301회차에서 "페이는 적더라도 이상향을 쫓을 것인지, 돈을 벌어서 나중에 그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나은지"라고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답한 조언의 말입니다.


김 교수는 최근 1년간 네 차례의 이직을 하며 미래의 비전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20대의 여성의 고민에 대해 "시작할 때 내 길과 운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오류이자 모순"이며, "아직 기능이 없어 즉, 잘하지 않으면 즐거워질 수 없고, 처음에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이것을 운명이라고 믿고 10년 정도 해봐야 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이어 그는 "절대적인 운명론은 없다. 선생님이 도와주는 쪽이 이길 것이고 운명은 죽기전에 논할 수 있는 마지막 단어"라며 "가치가 아니어도 돈이 생기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에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전에 대해 고민이 많은 픽미세대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요.


"삶에서 감성을 유지하고 싶은데 이성적으로도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할 때 마음이 어렵다"는 또 다른 방청객의 고민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중 하나는 내가 틀리면 누구에게 거부당할까봐 하는 두려움에서 오는 것 같다"며 "너무 조건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떨까요"라며 조언했어요.


또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의 경우, 더더욱 내가 맞지 않으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거란 생각을 한다. 한국 문화에서는 이처럼 '바른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상당히 크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창옥 교수는 "내가 모르는 나를, 내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밑바닥을 발견하는 제도라 결혼이나 연애는 힘들다"고 덧붙였지요.



이와 연관돼 소설가 김형경이 지난 주말 중앙일보에 기고한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남자,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를 주제로 한 '남자를 위하여' 칼럼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언론에 종종 회자되는 연예인들의 성추문 사건들이나 영화 <베테랑>에서 갑질을 일삼는 재벌 2세도 이와 맥을 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김 작가는 이를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을 한 유년기에 고착된 남자의 내면은 장난감을 손에 넣을 때까지 떼쓰는 아이처럼 어떤 요구든 세상이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지요.



이와 반대로, 앞서 김 교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사례와 유사하게 90년대 막장 드라마의 순애보적인 여주인공처럼 이러한 남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의 내면 역시,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받지 못한데서 기인하여, 착하고 온순하게 대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무의식에 지배당한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 선택의 기로에서 선뜻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당한 요구나 결정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 또한 '바른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바른 것'이나 운명론에서 벗어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믿어왔던 원칙이나 신념은 산산히 부서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 말고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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