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켄즈' 배우들, 팽목항에서 공연한 사연

[리뷰]세상의 편견 아래 보편적 삶 꿈꾸는 이들의 아름다운 희망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 3가의 예술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영화 <위켄즈>의 언론배급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작품의 홍보를 맡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사회로 연출자인 이동하 감독과 출연 배우 종걸, 샌더, 재경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화 <위켄즈>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영화로는 최초로 관객상을 수상하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최근 폐막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초청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로,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가 기획한 다양한 인권운동 행사와 함께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유가족 방문 공연과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 방문 공연도 소개된다.  



최근까지 여러 차례의 편집본 수정을 거치고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국내 최초의 게이코러스 지보이스(G_Voice)의 10주년 특별 기념공연'을 그려낸 뮤지컬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의 완성도를 나타낸다.


영화는 세상의 편견 아래 보편적 삶을 꿈꾸는 이들의 아름다운 희망가를 통해 그 동안 다큐멘터리에 대해 가져왔던 통념을 깨고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위한 가장 밝고 경쾌한 영상을 연출해낸다.


특히, 지보이스 단원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다름 가운데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포착해내는데, 영화는 극중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식 전야 행사를 준비하던 지보이스가 갑작스런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이후 진행될 외부 행사에서의 난관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인해 지보이스는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식 축하공연 날, 예기치 않은 오물투척 사건을 당하는데 영화 속에서 당황하고 겁이 나는 가운데서도 관련 내용을 김 감독이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침착하면서도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공연을 마치는 단원들의 모습에 감동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최근 세월호 관련 극영화 제작이 된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영화 <위켄즈>에서 지보이스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인 세월호 유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팽목항을 찾아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선곡한 노래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을 찾아 공연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꿈꾼다.




다음은 언론배급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요약 내용이다.


베를린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할 때 버전이 조금씩 바뀐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 연출에 있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가 묻자 이동하 감독은 "완성도 높은 편집본을 만들고자 마지막까지 고심을 했고, 거리공연과 시청 농성장면의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후반부 마무리 작업이 다소 지연됐다"고 답했다.


또한 "매년 지보이스의 정기공연을 보게돼서 공연은 소스가 많았고, 공연장은 꽤 정지된 곳이지만 거리는 촬영이 서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게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몇몇 장면은 너무 못 찍어서 버렸고 편집할 때도 즉각적인 이슈를 표출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지보이스도 세월호 때도 그랬고 곡 선정부터 조심했었다"며 "사건 이슈와 사건 현장에 있는 지보이스 단원들을 툭 던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보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에서 일하면서 출연도 하고 개봉 준비까지 같이 해왔는데,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에 대해 묻자 사무국장을 겸임한 배우 종걸은 "이 영화의 목적이 친구사이가 해왔던 활동을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한 사업이어서 이 영화를 제작했던 것 같고, 우리의 활동 상황을 보여줄 수 있어서 뜻깊다"고 전했다.


이어 "얼마전 예고편을 다시 보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분들을 온라인 상에 드러내는 것이 또 다른 문제여서 전화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다 동의를 많이 해주셨다. 이렇게 이쁜 사람인데 왜 어렵게 밖에 생각하지 않는 현실인가란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냐고 묻자 지난해 지보이스 단장을 겸임한 배우 샌더는 "한국에 현재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지보이스의 행보에 무한한 애정과 응원을 보낸다"고 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매체 기자가 "출연하기로 결정하는게 쉽지 않은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고, 공식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출연한 이후 달라진게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배우 재경은 "감독님과 술자리에서 얘기를 하다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누가 출연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누굴 주인공으로 할지는..아주 오래 전부터 커밍아웃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통해서 때론 슬플 때도 있고 분노할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어떤 순간들을 맞이하는 좋은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드러날텐데, 지보이스의 노래도 있고 시도 있는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장르가 들어가 있어서 이걸 통해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에 들어갔던 것 같다. 단원들도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았는데 찍다 보니까 서로 자기 분량을 욕심내며 하자고 하면서 조금씩 찍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배우 샌더는 "출연을 할 때 당시에 고민을 많이 했다. 무섭기도 했고. 22일에 개봉을 하면 떨리는 느낌이고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는 게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떨리는 지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출연하신 분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느냐고 묻자 이 감독은 이에 더해 "출연 동의서를 받고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는데, 가장 많은 요청에 이런 조건을 달았다. 예쁘게 나오면 보기는 하겠다. 예쁘게 안나오면 모자이크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제가 보기만 해도 단원들은 특유의 에너지가 있어서 사람스럽고 예쁜데 이분들은 자기가 어떻게 나오나 관심이 많았다. 처음엔 낯설어하기도 하고 두려워하는 단원들도 있었는데, 제작과정에서 피드백을 하면서 점차 익숙해져 간 것 같다"고 답했다.   

     

시사회 때 참석한 지보이스의 한 단원은 "감독님이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 4년 동안 촬영했는데, 포스터와 영화 속의 얼굴이 다른데 그 때도 괜찮았던 것 같다.(웃음) 사실 어려웠고, 얼굴을 노출한다는 게 고민이 되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인권영화제만 되나, 상업영화로까지 되나 아니면 TV에 노출되면 그 때까지 되나 지보이스를 활동하며 용기를 낼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 같고 영화를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났다"며 출연 소감과 함께 관람 후기를 전했다.


이동하 감독은 노출의 톤이나 편집의 방향에 대한 고민에 대해 "단원들의 노래나 캐릭터들이 밝고 즐거운데, 살아가는게 힘들고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잠시만 방심하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일상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를 지보이스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술자리를 하며 뒷풀이하고 공연도 하며 극복을 하는데 그런 과정을 모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해보이지 않는 친구들 같은 모습이 나왔으면 했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었다. 단원들의 일상을 파고든 것도 다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어떤 삶의 모습이 있어 그런 얘기들을 전반적으로 그려서 관객들이 부담감 없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전했다.



가사가 굉장히 독창적인데, 지보이스의 노래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배경에 대해 묻자 배우 재경은 "친구사이에서 워크숍에 가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11시경에 지친 상태가 되는데 뒷풀이가 끝나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던 중 숲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한 줄 정도 썼던 걸 모티브로 해서 그걸 수첩에 갖고 있다가 어떤 사건과 맺어가지고 가사를 쓰게 됐다"며 "영화에선 발표되지 않았지만 저희는 뒷풀이 하다가 한 사람이 수첩을 꺼내서 난 이런 시가 떠올랐어 시나 노래가 떠오르면돌아가면서 수첩에 적어놓거나 일상적인 것들이나 게시판에 올린 글을 가지고 가사를 만들고 음악감독 재우님이 만들었다"고 전했다. 


종걸은 "지보이스를 섭외 요청하는 분들이 저희 이슈나 사안에 대해 잘 알고 계신 인권활동 하시는 분들이 많이 제안을 해준다. 쌍용차 때도 같이 활동하고 있던 '연분홍치마' 같은 영상물 관련해서 인권활동 하던 분들이 지보이스가 같이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줬다. 좋은 데 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연대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쌍용차의 활동에 대해 저분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저분들은 평소에 어떻게 지내실까, 어떻게 저 위에 올라가 계실까 이런 것들을 저희도 알게 된다. 저희의 운동을 알리면서도 그분들의 운동도 알게 되면서 노동자들과 성소수자들이 같이 만나는 중요한 계기들이 만들어지면서 많이 배우게 됐고 같이 만나서 힘을 내서 운동할 수 있는 계기들이 만들어져서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권활동가들이 많이 찾아준다. 찾아주는 데가 많이 않지만 대중적으로 행사들이 많아지면 좋곘다. 영화가 잘 되면 행사가 많아지지 않을까. 내년 한해는 돈 걱정 없이 행사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시크푸치

@wikitree


매거진의 이전글 2016 한국영화, 女風당당 감독들 '컴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