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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214. 소통과 공감의 위안, 광화문 글판

새해 열린 마음과 따뜻한 시선, 더불어 사는 삶 소망

시민혁명의 성지,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광화문 글판' 2016 겨울편 / 시크푸치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 시민혁명의 성지가 된 광화문광장 등 전국의 광장에는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열망에 찬 230만 여 명의 국민들이 서로의 체온으로 온기를 나누며 사회개혁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16년 비선실세에 의해 무력화된 국정은 농단되고 국격은 실추됐지만, 국민들은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광장에서 직접 보여주며 자유발언을 통한 새로운 토론 문화를 조성했고, 평화적인 집회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치렀던 것 같아요. 미래에 희망을 밝혔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시민 민주주의의 횃불도 밝혔습니다.


2009년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 청계천을 잇는 폭 34m, 길이 557m로 지어진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이후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신문고'가 되어주면서 따스한 위로의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광화문 광장 한 쪽에는 묵묵히 시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치유해주는 '광화문 글판'이 서 있는데요 가로 20m, 세로8m 규격으로 교보생명 광화문점 등 전국 7개 도시 사옥 벽면에 계절 마다 유명 캘리그래퍼가 쓴 30자 이내의 인문학적인 감성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리고 있으니 광화문광장에 나가시거든 주의깊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가을편'에 이어 '겨울편'에서는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요, '나는 소망한다 /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싯구로 유명해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의 시 '그리고 미소를(Et un sourire)'의 문구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요.


글귀 한편에는 서로 마주보고 차 한 잔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전하고 있고, 글귀의 의미는 광장 앞에 다소 컴컴한 가운데 아직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랑의 온도탑'을 가리키는 듯, 바쁜 일상 속에 미처 돌아보지 못한 주변에 먼저 손을 내밀어 희망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열린 마음과 따뜻한 시선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소망하는 것 같습니다.


광화문 글판은 교보생명의 창업주인 신용호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지난 1991년부터 26년째 시민들에게 웃음과 위로 등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표어나 격언 등 다소 딱딱하고 계몽적인 느낌의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시적 언어를 인용하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변화했지요.



IMF 위기가 지난 1998년에는 시인 고은의 시 '낯선 곳'에서 가져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 그대 하루하루의 /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구를 전했고, 그해 겨울에는 '모여서 숲이 된다 /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 숲이 된다 /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는 고은의 창작시를 내걸어 시민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로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지난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투표 결과,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글귀 'BEST 10' 가운데 1위는 2012년 '봄편'에 적힌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싯구가 차지했다고 해요.


최근, 지난 '가을편'에서는 시인 김사인의 시 '조용한 일'의 싯구를 인용해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란 문구였는데요,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풍경이 때로는 위안이 되듯, 일상 속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저 역시도 그 동안 가을이 와도 낙엽을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광화문 글판의 싯구처럼 때론 낙엽 하나에도 위로를 얻듯, 주변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소중함을 찾을 수 있게 됐던 올 가을은 인생에서 또렷이 기억될 것 같아요.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마치 기계부속이나 부속품처럼 조직이나 사회에서 쓰였다가 버려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연말인데요, 차 한잔이나 낙엽 하나에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우리는 사람입니다.


강원도 산간과 서해 남부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오늘,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속 명대사나 싯구 한 구절 찾아 읽어 보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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