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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215.연말에 만난 인생영화 세편 "텐텐텐"

올해가 가기 전에 '인생영화' 한 편 만나보세요

매년 연말이면, 한해를 결산하는 시리즈나 기획물로 '2016년 베스트~' 등을 헤드라인으로 꼽는 기사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소셜필름큐레이터로 활동해오면서 오늘까지 한해 동안 160여 편을 관람하고 5개의 별점과 한/두줄평으로 블로그나 SNS에 소개해왔는데, 연속 관람한 영화 중 세 편 모두 평점 10점 기준 만점으로 평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 앞서 소개한 <라라랜드> 외에도 영국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한국영화 <위켄즈>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2006년에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건축 공사장에서 평생을 바친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가 건강 이상으로 실업 보험을 신청하면서 벌이는 소동과 싱글맘 케이티를 도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회보장 시스템의 허와 실을 신랄하게 고발합니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의 사회파 거장으로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특히 자본가 계급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나 영국 연방의 소외된 국가의 민초들 이야기를 주로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 왔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도 감정의 개입 없이 감독의 시선은 시종일관 다니엘을 따라가면서 힘없는 민초들의 무기력함을 조명합니다.  



또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연필 세대에게 벌어지는 위트 넘친 에피소드와 함께 사회의 부조리를 체감하며 관공서에서 쫓겨나기까지 하는데요.


마치 벽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다니엘은 보편적 진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일갈을 퍼붓는데, 거장 켄 로치의 가장 핫한 사회부조리 고발 '마스터피스'(걸작)로 다가옵니다.



특히,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친 것처럼 실업상담소에서 쫓겨난 케이티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굶기를 밥 먹듯 하다가 식료품 지원소와 동네 슈퍼에서 돌발 행동을 벌이면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감독은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 굴러가는 시스템 속에서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것이냐"고 말이죠.  

 

<자유로운 세계>부터 <앤젤스 셰어><지미스 홀> 등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을 봐왔는데,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변화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감독의 메시지 톤은 사회개혁을 위해 거리로 나선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과 공명되면서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 영국의 현실을 비판하며 이번 작품에서 가장 분노의 정점에 이른 듯 보입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위켄즈>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가 기획한 다양한 외부 인권운동 행사와 함께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유가족 방문 공연과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 방문 공연 등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게이코러스 '지보이스(G_Voice)의 10주년 특별 기념공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올해 성수소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연애담>이나 <어바웃 레이> 등 영화들이 주목받았는데, 이에 더해 추천하고픈 작품이 <위켄즈> 입니다 .


세상의 편견 아래 보편적 삶을 꿈꾸는 이들의 아름다운 희망가처럼 다가오는 영화는 부서지고 깨져도 일어서는 청춘들을 그리며 몇해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동안 다큐멘터리에 대해 관객들이 가질 수 있는 지루하거나 단조롭다는 통념을 깨고 뮤지컬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는 가장 밝고 경쾌한 다큐멘터리 음악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보이스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인 세월호 유가족과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에서 의미있는 공연을 펼치면서 사회적 약자의 연대도 꿈 꿉니다.



특히, 영화를 연출한 이동하 감독은 성소수자라는 드문 소재에 관객들로 하여금 부담감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보이스 단원들의 일상을 파고 들며 다름 가운데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포착해내는데 주력한 듯 보입니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편견 가득한 시선을 이겨내는 밝고 경쾌한 단원들의 기운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시민혁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오는 22일 개봉 예정.



영화 <라라랜드>는 지난해 영화 <위플래쉬>의 데미언 차젤레 감독이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을 캐스팅해 제작한 뮤지컬 영화로,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영화의 명맥을 잇는 작품 완성도로 국내 평단에도 호평받고 있습니다.


차젤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재즈를 소통의 언어로 재해석, 꿈의 도시,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스토리에서 1950~60년대 황금기를 이뤘던 뉴욕 브로드웨이의 고전뮤지컬에 대한 헌사를 전하는 듯 보여집니다.



한 여름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펼치는 플래시몹 장면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으로 불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오마쥬를 전하면서 21세기 뮤지컬영화 중 가장 강렬한 역대급 오프닝으로 불릴만 해요.


할리우드 입성을 동경하는 배우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가 학수고대 하던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축 늘어졌을 때 그녀를 위로하는 셰어하우스의 친구들과 파티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영화 <맘마미아!>를 떠올리는 것 같았어요.


미아가 파티장에서 할리우드에 재즈클럽을 열겠다며 재즈의 부흥을 꿈꾸는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만날 때부터 LA가 내려다보이는 할리우드 언덕에서 연인이 스텝을 맞추는 로맨틱한 페어 탭댄스 장면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 헌사를 전하는듯 보여집니다.



영화는 사랑이나 꿈 등 인생의 선택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진리를마법 같은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균형감 있게 조율해내고, 극중 연인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궤도를 수정할 때쯤엔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며 <비긴 어게인>처럼 다가오네요.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로맨틱한 댄스는 때론 감미롭게 때론 경쾌하게 흐르는 선율을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관객들의 심장 박동을 울리고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놓는 미장셴은 극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며 '인생영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취향이나 선호도는 다르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인생영화' 한 편을 만날 수 있으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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