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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230. '풍문'이 사실 된 문화계블랙리스트

감시와 통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세상을 꿈꾸며


최근 특검이 민간인 사찰에 준하는 공포정치의 후발적인 행태로 반(反)정부 성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담긴 문건을 청와대에서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말 공중파TV의 방송대상 시상식 등으로 들떠 있어야 할 문화예술, 연예계가 충격에 빠져든 듯합니다.


특검에서는 이 리스트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작성을 지시했고, 정무수석실이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러한 블랙리스트가 특정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강요, 업무방해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여요.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로는 지난 5월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을 비롯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 고은 그리고 소설가 은희경·박범신·공지영,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 등이 포함됐고 송강호·김혜수·정우성·하지원 등 톱스타 배우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제동, 정우성과 같이 사회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 방송인들을 지칭하는 '소셜테이너'는 대중들에게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외면을 당하기도 해서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많죠.



특히, 약 한달 전인 지난 달 28일, 채널A에서 방송된 문화예능 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만약에 존재한다면, 누군가는 방송에서 정부 비판하는 스타들을 적고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어 풍문이 사실이 된 현실에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연예부 기자들이 수집한 '풍문'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이번 토크쇼에서는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스타들로 소신 발언을 주로 해왔던 배우 정우성,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백윤식 등이 언급됐고, 의외의 인물로 '길라임' 하지원도 있어 주목됐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올랐을 거라는 하지원이 올라온 건 의외라며 "소속사 관계자들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상황"인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잘못 올라간 '허수'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다"고 패널들은 전했어요.



이어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오른 송강호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변호인>의 주연을 맡았던 지난 2013년 이후 차기작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불이익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송강호는 2014년 8월에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고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사진을 공개했고, 이 때 '세월호 정부시행령 폐기 촉구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권의 눈총을 받은 것으로 풀이하면서요.


왜냐면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영화가 끝나면 2~3 편씩 섭외가 들어오는데 지금은 없다"며 "데뷔 이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밝혀 정부 외압설에 신빙성을 더했다고 해요.



김혜수 역시도 2014년 추석 때 세월호 유가족에게 송편 150인분을 보내 화제가 됐고, 이어 '곁에서 함께 하지 못해 너무 미안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마음을 보탭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정우성은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다.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이해 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데, 그들이 만든 것이지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여 역시 대인배임이 확인됐죠.


이에 DJ 홍석천은 "다들 각자  소신을 지킨 것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돕는 것이 마땅이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을 것 같은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걸 알았을 땐 황당했을 것"이라며 덧붙였지요.  



제 SNS 인친이기도 한 소설가 이외수의 "제 이름이 빠져 있어서 극심한 소외감과 억울함을 금치 못했다"는 반응이나 이번 리스트에 오른 작곡가 김형석이 JTBC '뉴스룸' 전화 인터뷰에서 "내 아이가 어른이 되면 블랙리스트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고아이가 블랙리스트가 뭔지 몰랐으면 한다"는 답변은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익히 SF판타지 영화 <헝거게임> 등에서 봤던 공포 정치가 우리 앞에서 펼쳐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면서 사라진 미래에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원하고 싶어요.


감시와 통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세상을 꿈꾸며.


From Morningman.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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