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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국영, 출연작 베스트10]10탄. 패왕별희

[영화리뷰]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 그려내

패왕별희(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 1993년 작품

(감독 첸 카이거, 출연 장국영 장풍의 공리)



1993년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첸카이거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패왕별희>는 경극이라는 중국적인 색채가 강한 장르의 시대극이었다.



이 영화에서 여장을 한 장국영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가수로도 활동하였던 만능엔터테이너 답게 노래와 몸 동작을 소재로 하는 경극에서 그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아름다운 미인에게 어울리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불리울 만했다.



이 영화 <패왕별희>의 장국영은 <금지옥엽><해피 투게더>에 이르는 퀴어멜로물에서 어쩌면 운명처럼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더욱 캐릭터 몰입을 위한 주문을 걸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장국영은 2000년대 개봉해 히트친 영화 <왕의 남자>에서 남사당패 광대 공갈 역의 이준기와 오버랩이 되면서 신인티를 벗고 절제된 내면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명배우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슬픈 운명으로 인해 경극학교에서 만난 단짝 살루(장풍의 분)와 행복한 시간, 그리고 초패왕(남자) 살루의 상대역 우희(여자) 역을 맡게되면서 이성간의 사랑보다 더 섬세하게 상실감과 고통을 겪는 여성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장국영의 표정 연기와 아우라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풍경이 되었던 것 같았다.



특히, 영화는 장이모우 감독의 <5일의 마중>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살루가 굶주림과 경제적 궁핍이란 이유로 인민재판에 고발한 데이 앞에 나서 그가 아편중독자였고 동성애자란 사실을 폭로하는 모습에서 이데올로기의 광풍에 휩쓸려 사회적으로 거세를 당하는 당대 민초들을 그려내는 듯 보인다.



영화가 전하는 동성애적인 정서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중 데이 역의 장국영이 15년의 세월이 지나 유명한 경극 배우로 입지를 굳히면서 시작되는 질투와 연민, 그리고 애증은 영화 <해피투게더>의 보영이란 캐릭터로 이어지며 이성간의 그것보다 더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1분 1초라도 함께 하지 않으면 그건 평생이 아니야!"


- 영화 '패왕별희' 우희(장국영 분)의 대사 중에서



특히, 영화 속에서 데이가 살루에게 다가가 전하는 대사는 그의 출연작 <아비정전><금지옥엽>에서도 등장했던 '1분'에 관한 오마주처럼 다가오는 명대사로 기억될 만하다.



언제나 함께 할거라 믿었던 살루에게 매춘부 쥬산(공리 분)이 생긴 것을 알자 그들이 연기하는 경극 '패왕별희'의 스토리 속 항우(초패왕)의 애첩 우희가 되어 패왕 앞에서 검무를 추다가 마지막 술잔을 건네고 자결을 택한 것처럼 사망 13주기를 맞이하는 그의 생애와 참 많이도 닮아 있는 듯 보인다.



"살루, 너 따라서 죽을때까지 함께 하면 안될까?"


- 영화 '패왕별희' 중에서


별점 ★★★★★ (5.0/5점)


/Chicpucci

(시리즈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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