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출입 통제보다 간담회 프로그램 내실 기해야
지난 2013년 5월, 국내 영화마케팅사협회 소속 마케터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영화마케터에 대한 자긍심 고취 및 자아 발전을 목적으로 영화마케팅 회사들로 구성된 영화마케팅사협회(KFMA)가 출범했습니다.
1인 미디어, 파워블로거 등의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고 때로는 기자를 사칭해 언론배급 시사회 관람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영화계에서 영화마케팅사 20여 곳이 모여 협회를 만들고 정부부처나 일반기업처럼 출입처 형식으로 매체당 출입기자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7월에는 영화 '검은사제들' 시사회 때 행사 현장에 들여보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계자에게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1인미디어 운영자에게 벌금형이 내리기도 해서 여성 근로자가 많은 마케팅사의 조직 특성상 신변의 안전을 기한 것이라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2017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브랜드보다 가성비, 전문가보다 검색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짙어진다고 한 바 있죠.
유명 브랜드, 뉴스, 전문가 등의 권위가 약화되는 반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유저들의 습관은 소비의 영역을 넘어 대부분의 영역에서 기존 권위를 위협하는 나비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인데요.
국내 영화제는 물론이고 협회 회원사들은 원칙을 내세워 관계자 출입을 통제하는데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목하고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외부인 통제에 신경쓰기 보다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매번 개최되는 기자간담회 등 프로그램에 내실을 기해야 할 때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영화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한 제작진이나 출연배우에게도, 배급사나 언론인들에게도 귀중한 시간을 할애한 것인데,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상업 영화와 저예산 독립 영화의 간담회 분위기는 매우 상반되는 것 같아서요.
일부 저예산 영화들은 참석 매체가 적더라도 행사 진행을 큐레이터 경험이 있는 모더레이터를 내세워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다가 흐름이 끊기면 이를 유연하게 잘 대처해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작품 제작 안팎에 걸쳐 풍부한 스토리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일부 상업 영화 간담회는 쇼케이스나 GV(관객과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마케팅사 직원이 대부분 나서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데요, 행사에 참석해 답변하는 게스트의 단답형 응답이나 성의없는 답변이 이어지면 질문하는 측에서도 반복해 다시 묻게 되서 상호간에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지요.
앞서 저예산 영화의 경우처럼 임기응변용 질문을 준비했다지만 모더레이터와 대조적으로 전문성에 한계를 드러내며 내용이 매우 피상적이고 일반적이어서 게스트가 답변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은 경우라면 질문과 답변이 아닌 일방적인 인터뷰 형식이 되거나 흐름이 뚝 끊겨 버려 차별화된 기사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영화시사회를 마치고 나면 매체들이 관객들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작품에 대한 평점이 별 다섯 개 기준으로 매겨지는데요, 향후엔 기자간담회 행사의 평가도 해야 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마케팅사들이 전문성을 잣대로 기자간담회 프로세스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마게팅사(영화홍보대행사) 스스로가 먼저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