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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118. 분노 감정이 선물 되려면

틱낫한의 말처럼 분노를 아기를 돌보듯 들여다봐야

지난 주말, 케이블방송인 SBS CNBC에서 '한국인의 관계심리'를 주제로 한 권수영 연세대 교수의 '분노 감정 들여다 보기'라는 인문학 강연을 보게 됐습니다.


"분노 심리가 관계 심리와 연관됐다"며 "분노란 감정은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라는 신호"라고 강연을 시작한 권 교수는 「앵거」라는 책을 쓴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의 명언을 인용해 분노를 아기를 돌보듯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틱낫한은 "분노의 감정을 판단하지 말고 갓난아이 처럼 내면을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고 잘 들여다보라"는 지혜를 전했다고 해요. 즉, 내면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분노 감정이 표출된다는 것을 성찰해야 할 것 같아요.



감정이란, 우리가 느끼는 감각에 개인의 경험에 따라 주관석 해석이 덧붙여진 것으로 분노 감정에는 짝이 있어 하나는 상대방을 향해 바깥으로 향하는 부차적(Secondary)인 뚜껑 감정으로서 분노가 있고 진짜 감정으로 내 안에 있는 원초적(Primary)인 감정이라고 했어요.


또한 "감정이란 경험이나 문화적인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며, 한국과 미국에서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의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미국인들은 미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이 높아 가족구성원에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자화자찬한다고 해요. 반면에 한국인들은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해 자긍심을 과하게 표출하는 것을 미성숙한 감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에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감정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을 펼쳤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경험했던 연대감인데, 그에 반해 문화적 특성이 반영돼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네요.


개인주의 문화권의 미국인이 가장 나쁘게 생각하는 감정은 분노라고 해요. 미국인에게는 공적인 자리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매너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며, 미국 문화에서는 절대 용납이 안된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분노 조절이나 분노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반인들도 심리상담 전문가를 자주 찾지만, 한국은 성장 과정에서부터 가정에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욕구를 억압하고 감정 표현을 절제하라는 무언의 강요로 인해 '착한 아이' 신드롬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단주의 문화권인 한국인이 가장 나쁘게 생각하는 감정은 조직에서 배척되는 거절감에 대한 상실과 좌절을 크게 느끼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친구관계에서 따돌림이나 소외감을 느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답니다.


제 경험에 비춰봐도 개인의 실적이나 역량에 관계 없이 사내정치 등으로 인해 조직에서 소외된 경험을 했던 분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상대방과의 관계 욕구가 좌절 됐을 때는 내 안에 속상한 감정과 함께 상대방을 향한 분노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불쾌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은 관계의 욕구가 좌절되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은 오래도록 이어진다"고 설명했어요.   



권 교수는 자녀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분노의 감정을 느껴 딸과의 대화 중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잠시 멈추게 됐다고 해요.


수학 문제를 알려달라는 딸에게 진짜 모르겠다고 하자 딸이 "대학교수가 이딴 것도 몰라"라며 대꾸했고 이에 권 교수가 뚜껑이 열려 버럭 화를 내자 "그렇게 화내실 일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평소에도 장난처럼 대화를 주고받던 부녀사이를 상기시키자 잠시 자리를 피해 자신에게 분노의 감정이 들게 한 뇌리를 스친 사건이 떠올랐다"고 해요.


이어 권 교수는 당일 오전 수업 중에 학생의 질문에 두 세번에 걸쳐 설명해줬지만 성의를 무시하고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하시죠"라며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나가버렸고 주변 학생들의 반응에 대한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고 내부 감정을 숨기기 위해 딸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관계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거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며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안에 어떤 구심력 감정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권 교수는 "한국 사람에게 관계는 선물일 수 있는데, 선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지요.


"분노 감정을 사악한 감정이라고 여기지 말고 분노 감정을 무조건 표출하거나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분노 감정과 짝이 되고 있는 내면의 욕구로 인한 다양한 감정을 진솔하게 얘기한다면 상대방과 속마음을 이해하는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권수영 교수는 "그래서, 상대방과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분노 감정 기저에 어떤 관계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자주 말해야 하고, 그게 무너질 때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내면에 어떤 느낌이 생기는지 자주 나눈다면,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어떤 대상과도 최고의 연대감, 공감,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관계의 욕구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는 하루 되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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