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죽음의 성찰 통한 생에 대한 열망과 힐링 마인드 자극
스크린을 이어 안방까지 열일하는 톱스타 공유의 미친 존재감과 지난해 <태양의 후예>를 흥행시킨 김은숙 작가의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극본이 어우러진 tvN드라마 <도깨비>가 20일 최종화까지 연속 편성돼 16부작 이야기가 51일 만에 종영됐지요.
시공을 넘나드는 도깨비와 신, 삼신할머니까지 가장 한국적인 정서의 수호신에 덧붙여 이승에서 죄를 업보로 기억을 잃고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사자 캐릭터는 사회적 불안감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에 찬 국민들에게 매번 방송 때마다 판타지를 채워주고 잔잔한 위로를 건네며 지난 51일간 드라마폐인을 양산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저희 가족을 예로 들면 평소 부부간 대화도 줄어 들었지만 영화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빠도, 미드와 웹소설을 즐겨보는 엄마도, IPTV의 디즈니주니어 마니아인 아이도 매회 <도깨비>가 시작할 즈음엔 올 스톱하고 TV 앞으로 기적처럼 모여듭니다.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대사처럼 '삶의 방향을 잘잡도록 일생에 신이 머물러 가는 시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다른 취향으로 드라마를 보지만, 잘생기고 멋진 공유와 이동욱이 투톱으로 길을 걸을 때면 탄성을 지르며 몰입했던 것 같어요.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첫사랑의 마법(?)에 걸린 신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90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인간사의 불행에 관여해 온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빼줄 도깨비 신부인 수험생 여고생 지은탁(김고은 분)과의 풋풋한 로맨스, 매회마다 서브플롯으로 소개되는 망자들의 기구하고 다양한 사연들에 공감하면서 말이죠.
드라마 <도깨비> 16화, 인간 유신제로 환생한 김신(공유 분)은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지은탁(김고은 분)에게 프로포즈로 "날이 너무 적당해서 말하는 건데, 네가 너무 눈부셔서 그러는 건데,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라며 프로포즈를 전했죠. 이에 은탁은 눈물과 미소가 범벅이 된 얼굴로 "이 쓸쓸한 남자의 신부가 될게요. 이 찬란한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가 될게요"라고 진정한 도깨비신부가 됐죠.
방송 내내 도깨비신부인 지은탁의 전생이 무엇이었을지 주목됐는데, 교통사고로 저승사자 앞에 선 은탁은 첫번째 생이란 말을 듣게 되고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우는 차를 거부한 채 소멸해 은탁의 전생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맥거핀(속임수 장치)이었던 것 같아요.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특히, 삼신할머니와 도깨비 신의 수호 아래 목덜미에 낙인이 있어 영혼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은탁은 소멸 못하고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영혼들의 사연과 소원을 들어주며 하나씩 소멸시키며 도깨비신부라는 운명으로 죽음을 관장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도깨비와 결혼식을 치르고 달콤했던 신혼도 잠시, 자가 운전 중에 경사진 언덕에 브레이크가 고장난 공사장 트럭이 어린이집 차량과 주변에 선 수 십명의 아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되며 시민들로부터 '의인', '천사'라는 칭찬을 받지만, 홀로 남겨진 도깨비신은 마치 인간처럼 상실의 슬픔에 사로잡혔죠.
드라마 <도깨비>는 전생과 환생 등 불교의 윤회설을 기반으로 한 권선징악, 인과응보와 같은 동양적 정서를 판타스틱하게 구현해내면서 매년 제사나 차례 때 조상을 모시는 우리의 제의를 연상시키듯,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일깨우고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신'에 감정이입 하다보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에 대한 힐링과 성찰의 시간도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백년을 살아온 어느날, 날이 좋은 어느 날, 첫사랑 이었다"는 판타지로맨스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신에 대한 믿음이란 휴머니티를 회복한 도깨비신의 변화를 상징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드라마 <도깨비>는 우리들에게 생에 대한 열망과 힐링 마인드를 자극했던 것 같아요. 평안한 휴일 되시길.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