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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205. 사회부조리 소재 드라마, 격한 공감

판타지가 지나고 찬란하고 쓸쓸한 현실을 마주하듯


tvN 드라마 <도깨비>와 SBS 월화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등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판타지 드라마들이 잇따라 종영 한 후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현실에 사회적인 공분을 자아내는 오피스 라이프를 소재로 한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과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에 공감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김과장>의 경우, <미생><직장의 신>과는 또 달리 위트있는 감성이 입혀져 필자 특유의 매니아적인 성향으로 지켜봤던 작품인데요, 지난 2일 방송된 4회 분에서 전국기준 13.8%(닐슨미디어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3년만에 안방에 컴백한 이영애 주연의 MBC의 퓨전 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를 제치고 수목극 정상에 올랐어요.


새해 드라마 <사임당>과 함께 시작한 드라마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김과장(남궁 민 분)이 우연한 기회로 부정부패와 근로자를 핍박하는 TQ그룹이라는 대기업에 재벌 가족인 갑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돕기 위해 입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그려낸 코미디물로, 3회까지는 동시간대 2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3회부터 <사임당>의 시청률을 바짝 쫓더니 4회만에 1위에 올라선 것이죠.



특히, 이 드라마는 기업 내부에서 갑질의 횡포로 거리로 내몰리는 을의 반격을 그려내며 <미생><직장의 신>을 잇는 오피스 드라마로, 버거소녀에서 이젠 어엿한 물오른 연기자가 된 남상미의 컴백작이라 보기 시작했는데요, 리얼과 코믹 연기를 오가는 남궁 민의 메소드 연기가 시청자들의 입소문에 올라 챙겨 보게 됐고 매 회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에피소드는 공감을 불러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 김과장은 지방의 주류도매상에서 분식회계를 일삼다가 TQ그룹에 크게  할 생각으로 경리과장 직에 입사하게 되는데, 부당해고를 당한 전임 경리과장의 청부 상해현장에서 경리과장을 구하며 '의인'으로 등극하는가 하면, 부패한 회사의 내막을 파헤치려는 윤대리(남상미 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귀신같은 촉을 발휘해 자해 공갈 사기범을 압박하며 합의해주는 등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개과천선의 계기를 마련했지요.


지난 4회분에서는 자신이 올린 비용 처리를 반려했다고 경리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재벌 2세인 본부장에게 "경리부가 호구야? 니 현금자동지급기냐고?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며 "아부지한테 이르려고? 일러라 일러. 내가 니 아버지면 회사 창피해서 못 다녀!"라며 을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이다급 대사로 통쾌함을 더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남궁 민은 그가 첫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미녀 공심이>에 쌈장에서 개과천선한 인권 변호사 안단태의 아우라를 떠올리게 하고, 벌컥 화를 내는 시퀀스에선 주인공인 유승호, 박민영을 넘는 존재감을 나타내 잘 생긴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인생작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소시오패스 남규만의 분위기까지 이끌어내며 코믹과 진지를 오가는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원맨쇼를 멋지게 소화합니다.


최근 몰아서 재방송분을 보게 된 SBS 드라마 <피고인>은 앞서 소개한 남궁 민이 출연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나 황정민-강동원 콤비의 케미가 좋았던 영화 <검사외전> 그리고 하정우의 심리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의뢰인> 등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부정부패한 권력의 희생양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추리극 형식의 복수극 입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가 갖추고 있는 형수와 불륜으로 인한 출생의 비밀, 존속살인과 기억상실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건 드라마 <킬미 힐미>로 MBC연기대상을 거머쥔 '연기의 신' 지성의 열연에 더해 1인 2역 차민호 역을 맡아 사이코패스로 존재감을 나타낸 엄기준의 극강 카리스마가 선-악 대결 구도로 전개됩니다.


특히, 시청자들은 존속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 지성이 맡은 박우 검사가 을의 입장을 대변하며 잡힐듯 잡히지 않는 갑에 대한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며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요.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진짜 범인을 추적해 가며 결정적인 물증과 단서를 찾아가는 미스터리식 구성은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비선세력에 의한 국정농단 게이트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특검 정국과 닮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얻어 그런지 앞서 소개한 드라마 <김과장>처럼 지난달 23일 첫 방송 때 14.5%로 시작해 31일, 방송 4회 만에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전국기준 18.7%의 시청률로 3회분 17.3%보다 상승하며 자체최고를 경신하며 동시간대 월화극 왕좌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른바 '지소드'란 애칭까지 얻은 지성의 미친듯이 폭발하는 에너지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오고 짧게 지나간 설 연휴에 분노와 위안의 공감을 자아내면서 벌써부터 지성앓이에 빠진 드라마폐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성은 이번 드라마에서 재벌 2세인 차민호를 겁주는 정의에 찬 검사 박정우 역부터 딸과 아내에게 다정한 가장은 물론, 존속 살인 사건 발생 4개월 동안 기억까지 잃은 처절한 절규에 이어 차민호와 결탁한 교도소장과 보안과장의 고문을 견뎌내며 과거 속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며 분노와 비애에 싸인 애달픈 부성애를 표현해냈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극본의 짜임새가 허술하고 극중 박정우의 변호를 담당한 국선 변호사 서은혜(유리 분) 캐릭터는 드라마 <개과천선>과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박민영이 맡았던 정의의 편에선 여성 검사 캐릭터를 연상시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특검 정국과 헌법재판소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시기와 맞물려 편성된 이들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는 더 확대되는 것 같아요.


판타지가 지나고 나서 찬란하고 쓸쓸한 현실을 마주하듯이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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