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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217. 저출산시대 베이비푸어, 어!머니

가계의 베이비푸어 현상 막는 실효성 있는 출산, 육아 정책 요구돼


최순실게이트로 떠들썩하던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에서 공개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가임 여성의 전국 분포도를 그려낸  출산지도 사건 이후 저출산 문제가 미래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죠.


지난 10년 간 저출산을 해결을 위해 80~ 100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는 정부의 너스레와 별개로 평균 자녀수(합계 출산율)는 지난해 1.17명까지 줄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장기간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취업난 등으로 인해 가계 소득은 줄어 들고 주거 비용은 높아지며 육아 부담을 평생 떠안아야 하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은 청년들의 연애, 결혼과 함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달 초에 KBS가 '미래기획 2030'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다큐멘터리 기획 시리즈에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실태와 원인, 해법 등을 소개해 주목하게 됐는데요, 직장과 출산 준비 그리고 가사, 육아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예비 워킹맘의 사례를 통해 모성보호가 열악한 현주소를 조명하고 이른바 아이를 낳으면 가난해지는 '베이비 푸어'의 담론은 마음을 착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국내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산부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출산 휴가를 줘야 하고 출산 전후 휴가를 90일로 정하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꿈 같은 얘기가 된 지가 오래이고,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에게 권고 사직을 종용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죠.


이렇듯 근로자에게 불리한 고용 여건을 기업에서 악용하더라도 처벌 받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인데요. 임산부가 모유 수유나 신생아 정보를 얻으려면 병원이나 출산기관이 운영하는 산모교실에 다녀야 하는데, 예비 워킹맘은 개인의 연차나 월차를 써야 하고, 그러다가 반 자의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에 이르죠.



특히, 아이를 낳기도 전부터 초음파검사 등 병원비, 출산 임박해서 육아용품, 출산 후에 산후조리 등에 이르기까지 대개 아이 한 명을 낳기 위해 적게는 600만 원 부터 1천 만 원까지 소요돼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비용 부담으로 지출이 많은 '베이비푸어' 가정이 되지 않으려고 아이를 갖지 않거나 낳기를 꺼려하고 있죠.  


실례로 이번 다큐에 출연한 30대의 예비 워킹맘은 임신 기간 중에 초음파 검사를 적어도 월 1회로 총 14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가 진료비 경감을 골자로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7회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했지만 나머지 7회는 비급여 진료가 돼 결국에는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됐고 이렇게 되자 정부는 초음파 급여화를 시행한지 2개월 만에 진료비 본인 부담금을 30%에서 20%로 낮췄습니다.


이 외에도 병원 및 산후조리비와 육아용품 구매 비용이 추가로 들고 첫 아이일 경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요 정부가 육아 지원 명목으로 지원하는 50만 원권의 국민행복카드는 병원 진료 한 두번에 다 소진되는 게 현실이죠.



사회적으로 결혼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여성의 초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고위험 임산부라 하여 종합병원 급 산부인과에서 예비 엄마들에게 소요되는 검사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며, 난임 부부도 증하면서 시술비용이 천 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급여 수술이나 시험관 수정 등으로 인해 '베이비푸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 지자체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전남 해남군은 2008년에 출산정책과를 신설해 첫째 아이 때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이용료가 민간시설의 절반 수준인 공공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고비용 난임시술비와 기형아 검진, 초음파 검진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예비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4년 후인 2012년부터 성과를 보였다고 해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리지는 못해도 출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해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해남군 보건소장은 "자지단체장의 저출산에 대한 인식과 관심, 그에 따른 투자 선택의 문제이지 예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헀습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이제 해남군으로 원정을 가야 할까요? 예비맘들의 고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가계의 베이비푸어 현상을 막아주는 실효성 있는 출산, 육아 정책이 필요할 때 같아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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