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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218. 혼밥의 양가성, 집밥

'각자도생'의 올해 소비트렌드..법 앞에 평등, 이재용 구속


시대를 관통하는 촌철살인의 '앵커브리핑'으로 주목받고 있는 JTBC 뉴스룸의 진행자 손석희 앵커가 16일자 앵커브리핑에서 지난 11일 사망한 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 '고독한 미식가'를 인용해 '혼밥'의 유래와 현상을 조명했습니다.


혼밥과 혼술은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 마이크로엠브레인이 내놓은 '2017 대한민국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2016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으로서 자발적으로 혼자 활동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되는 한편, 역설적으로 나홀로 활동의 증가와 더불어 고독을 경험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 적이 있었죠.


이날 손석희 앵커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돼 '혼밥'과 '혼술' 열풍을 불러 일으켜던 故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 속 주인공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식사를 위해 홀로 맛집을 순례하는 모습에서 일상에 지친 일본인들이 위안을 받았다고 했어요.



이어 손 앵커는 '고독한 미식가'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혼밥은 작품 속 주인공처럼 위안 받기 위해서거나 시간에 쫓겨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인간의 생활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아 쓸쓸하고 목이 메는 슬픈 밥상은 아닌 듯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어요.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배경으로 같은 밥상에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겸상을 하다가 불편해지느니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화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요.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점심메뉴 설문조사 결과,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김치찌개를 제치고 가정식 백반, 즉 집밥이 1위를 차지했다며, '혼밥'이라는 단어 위에 집밥을 올려놓은 이유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욕망하면서 함께 먹는 밥을 떠올리며 홀로 즐기는 고독한 '혼밥'의 시대가 된 게 아닐까"라고 전했습니다.



현재의 기대 수명을 80세라고 했을 때 인생의 절반, 국민 전체의 허리에 위치한 'X세대'라 불리던 497 세대(40대로, 90년대 대학을 다니며 70년대 출생)는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함께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보편화 됐으며 유치원과 초중등 자녀를 둔 중장년층 넥타이부대로 사회적 모순이 집약된 세대로 불렸지요.


최근 이들 세대는 영화,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나홀로나 가족 단위의 주목받는 구매세력으로 자리잡으며 천만 영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과거 IMF 구제금융 위기 때 아버지의 몰락을 목도한 후 20년 간 홀로서기를 해왔으나 오랜 경기 침체와 국가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최순실 게이트 시기와 맞물려 부모 세대처럼 노후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고용불안과 불확실성이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필자 역시도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해왔는데, 그러다보니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 게 주말이 아닌 다음엔 쉽지 않고, 식탁에서 밥을 먹거나 집에 밥이 떨어졌을 때 늦은 시간 귀가 로 인해 집밥처럼 해주는 식당을 찾아도 아이가 옆에 없는 경우엔 개인주의와 스마트폰 삼매경에 익숙한 세대 답게 과거에 봤던 일본 가족영화에서 처럼 부부간 대화가 거의 없어 혼밥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손 앵커는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은 갈라진 겨울의 한복판에서 봄을 기다리는 우리 앞에 놓인 무거운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는데요, 지난 17일 개최된 이병헌, 공효진 주연의 영화 <싱글라이더>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공효진이 말했던 멘트가 데자뷔되는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란, 홀로 여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데요 이날 공효진은 "영화관 주 관객층이 2030 여성들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30~50대 아버지들에게 이 쓸쓸함과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제철영화가 아닌가 싶다. 겨울을 지나 봄이 다가오는 지금쯤 나와야 할 남성들을 위한 제철 영화"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손석희 앵커가 매일마다 저녁뉴스에서 진중하게 시사하는 담론과 달리, '혼밥'이 상기됐던 이유는 그가 예견한 건 아니겠으나 17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위한 특검의 정조준으로 삼성그룹의 총수로서는 최초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첫 번째 기록을 남기면서 7조원 재산의 이재용 회장도 두 평이 조금 안 되는 6.5㎡ 규모의 독방에서 지내게 됐고 1400원 짜리 구치소의 혼밥 신세가 됐다는 보도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혼밥은 '각자도생'의 올해 소비트렌드를 대표하면서도 집밥이란 양가성을 지닌 단어인 동시에 한 겨울, 홀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에게 법 앞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마땅히 국민이 누려야 하는  평등권과 기회균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밥의 의미를 되새기는 주말 되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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