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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302. 인간, AI와 번역대결 이겼나?

불공정한 경쟁 논란..인간의 능력치에 90% 수준 도달


지난해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올해 한국과 중국의 프로 기사와 대전에서 60연승을 거두며 위력을 더했는데요, 인공 신경망 기술의 발달로 AI 번역기의 성능이 인간의 85~90%까지 쫓아왔다는 평가를 검증하는 인간과 AI의 번역 대결이 최근에 있었죠.


지난 달 21일, 국제통역번역협회와 세종대가 주관한 '인간 대 인공지능(AI)의 번역 대결'에서는 AI번역기를 개발한 구글·네이버·시스트란 등 3개사와 현업에서 활동 중인 전문 번역사 4인이 번역에 나서 정확성, 언어 표현력,논리 등 세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해 이튿 날, '인간 승리'라는 헤드라인으로 인간의 우월성을 대서 특필했죠.


인간 승리? 이런 표현은 보통 휴머니티를 성찰하는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번역 대결에서 이런 표현을 보니 인간의 열등감이 작용했던건 아닌지 궁금해졌어요.



이날 경연은 60점 만점 기준의 대결이었고 동일 시간이나 조건이 주어진게 아니라 인간이 먼저 50분에 걸쳐 번역을 하고 AI는 모두 번역하는데 10분 가량이 소요돼 결과적으로 인간은 49점, AI는 19.3점을 기록했다며 바둑 대결에서의 충격적 패배를 설욕(?)하는 인간이 우월성 부각에 촛점을 맞췄던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어요. 며칠 후 문제 선정과 진행 방식에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고 AI 번역기를 개발한 기업들은 평가 과정도 불공정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요.


당시 대결에서는 영한번역 330자와 한영번역 750자의 지문이 주어졌는데 먼저, 전문 번역사 4인이 50분의 제한 시간 동안 번역을 했고, 이후에 AI번역기가 같은 지문의 번역에 나섰죠. 인간 번역사는 번역 후에 퇴고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교정을 거쳤지만 개발자가 참석하지 않은 네이버와 구글의 AI번역기는 퇴고없이 10분 만에 번역이 끝났다는 것.



그리고, 인공신경망(NMT) 기술이 적용된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의 경우 현재 베타서비스 중이라서 200자 이하의 번역만 진행된다고 사전 고지됐는데, 이날 지문은 600자가 넘는 것으로 해당 AI기술이 꺼진 채로 주최측이 문제 원문을 200자씩 끊어 넣지 않고 한 번에 넣어 저품질의 번역이 나와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경연이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죠.


동일 시간에 동일 조건으로 경연하는 '인간과 AI의 대결'이란 취지에 어긋났다는 것이며,  이후에 매체들이 이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AI 측 답안지 3개(A·B·C) 중 하나인 B 답안은 실제 답안지와 완전히 일치해 사실상 인간의 승리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또 다른 AI번역기 개발업체인 시스트란 측에서도 출제된 지문 중 영문 방송뉴스 지문이  AI가 많이 학습하는 내용으로 번역사가 해당 기사를 봤을 수 있다며 불공정 대결 논란에 힘을 실었죠.



특히 평가과정에서는 뜻이 잘 전달되는지 등 AI의 특성에 대한 가중치가 고려되지 않고 인간에게 유리한 논리, 정확성, 표현력 등의 평가 비중이 컸으며 심사위원들은 평가를 수치화 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어요


또 다른 매체에서 네이버의 AI번역기를 통해 번역해본 결과 현재 출시된 번역서비스 만으로도 전문 번역가 수준에  가까운 문장을 만들며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 충분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번역 결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특히,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 시스트란과 공동 번역 협력을 하고 있다는 세종대의 언급에 비춰볼 때, 이번 행사가 AI 업계의 자문이나 면밀한 기술적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된 게 아닌지 불공정한 경쟁과 평가방식 또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인간의 승리라고 자축하며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치에 90% 수준에 달한 AI번역기는 이제 영어 울렁증 없이 스마트 기기 휴대만으로 어디서든 여행이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들고 인간은 번역보다는 편집이나 큐레이션 분야 등 고유의 영역으로 확대해햐 할 때라고 시사하는 건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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