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닝레터_0308. 밥 딜런이 이 시대에 던지는 위안

정국 혼란과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한 우리들에게도 작은 위안 선사


매주 주말 애청하고 있는 OBS의 영화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전기현의 씨네뮤직>에서 지난 4일엔 자유와 평등, 평화의 메시지를 시적으로 표현해 온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 특선' 편을 소개했습니다.


밥 딜런은 포크 록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팝 가수이자 싱어송 라이터로, 지난해 뮤지션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죠. 포크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 운동에 뛰어들어 시민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그의 노래는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개최된 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3년 전 행사 때에 이어 흑인 배우와 감독의 작품이 강세를 띠며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히든 피겨스><러빙> 등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에 미국 버지니아주 등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인종차별에 관해 조명한 작품들도 후보작에 올라 주목받으며 국내 극장가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먼저,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히어로들이 정부의 탄압 및 사냥, 그리고 이용의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그려낸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09년작 <왓치맨>에서 베트남 전쟁, 닉슨의 핵 전쟁 선포,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등 1940년 대부터 70대까지 미국 현대사를 소개하는 오프닝 씬에 삽입된 곡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은 밥 딜런의 저항정신을 담아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표현해냅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64년에 미국 의회에서는 흑백인종 차별을 철폐하는 인권법이 통과해 반인륜적인 인간 학대가 사실상 멈추게 됐다고 해요. 1961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유색인종에 관한 편견과 차별이란 핸디캡을 극복하고 역사상 최초의 흑인 스텝 3인방이 우주경쟁 시대에 NAS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실화가 있은지 3년 만이였네요.


두번째 작품은 밥 딜런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 폭력 미학의 거장, 셈 페킨파 감독의 영화 <관계의 종말>로, 밥 딜런의 대표곡인 'Knockin' on Heaven's Door'가 절친한 사이인 보안관 펫 가렛과 빌리 더 키드의 관계가 어긋나는 장면에서 삽입돼 원인도 모른 채 싸워야 했던 안타까운 시대의 현실을 부각시켰죠.



그의 대표곡인 이 곡은 멜 깁슨, 대니 글로버 주연의 범죄액션 1988년작 <리쎌 웨폰 2>에서도 에릭 클랩톤과 랜디 크로포드가 부른 곡이 영화 속 마틴 반장이 동료 로저 머토의 품에 안겨 쓰러지는 엔딩씬에서 흐릅니다.


그의 노래 제목과도 같은 1997년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서는 독일의 팝 밴드 젤리크가 부른 'Knockin' on Heaven's Door'가 삽입됐는데요, 지난해 재개봉해서 호평받기도 한 이 영화는 꿈을 찾아 병원을 탈출한 두 남자가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생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두 남자를 안식으로 인도하는 엔딩씬에서 흐르는 선율은 원곡이 지닌 서정성을 살리면서도 록 음악 특유의 파워를 발산하고 있죠.


밥 딜런의 본명은 로버트 지머맨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영국의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을 따서 밥 딜런이라 이름 짓고 활동하게 됐고 한국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인 김광석이 부른 '두 바퀴로 돌아가는 자동차'는 미국 전통 민요 멜로디에서 영감을 받은 밥 딜런의 대표 곡인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을 번안한 곡이라고 해요.



그가 사회성 짙은 저항 운동의 아이콘이 된 건 미국이 베트남 전쟁 참전을 두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던 시기였던 1963년도에 낸 앨범 프리 윌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에 수록된 'Blowin in the wind'(블로윈 인 더 윈드)에서 그가 주장해 온 반전과 평화의 가치를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해요.


특히, 전쟁 뿐 아니라 인권 탄압, 인종과 계급간의 갈등, 가난과 폭력 등 역사의 사각지대에서 항상 울려 퍼지던 노래입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왓치맨>에 삽입된 곡은  스티브 잡스가 1984년 애플의 주주총회 때 소개한 노래로, ‘For the loser now will be later to win'(지금의 패자들은 훗날 승자가 될지도 모르니)라는 가사에서는 정국 혼란과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 우리들에게 작은 위안을 선사하는 것 같아요.


또한 이 곡에서 Come writers and critics who prophesize with your pen(펜으로 예언을 말하는 작가와 논객이여) Don't speak too soon for the wheel's still in spin(섣불리 지껄이지도 마세요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니)라는 부분은 필자는 물론 언론인, 작가들에게 글을 쓰는데 있어 겸손한 태도를 성찰케하는 것 같아요.


From Morningman.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레터_0307. 이대 사태, 마음의 병 얻은 학생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