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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310. 인공지능 큐레이팅과 정치 개혁

원하는 걸 알리기도 전에 먼저 제시해주는 취향저격이 필요한 시대


두 세 달에 한번 퍼머를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데요 8일 오후 6시경, 헌법재판소가 1,500만 촛불 민심의 숙원이었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10일, 오전 11시로 결정했다는 포털뉴스 알람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하던 때에 영화처럼 3월에 함박눈이 20여 분 간 잠시 내리다 그쳤습니다.


순간,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하늘의 심판을 기다리며 국민적인 분노를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나보다' 라고요. 그리고 탄핵 이후에 하얀 눈처럼 하나로 화합하라는 뜻인지도요. 왕정 시대의 군주나 공화정 시대의 대통령이나 수상은 보통 하늘에서 낸다는 격언이 구전돼 왔죠.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눈 내리는 장면은 상징적으로 사용됐고 옛날, 한 겨울에 할머니 머리 맡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문득 깨어나 눈 내리는 광경을 목격할 때면, "인간들이 지은 죄가 많아 하늘님이 하얗게 씻겨주는 거란다"라고 설명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특히, 미용실에 들어서자 마자 최근 앨범을 발표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신곡 '낙낙(Knock knock)'이란 곡이 흐르면서 화사해야 할 봄에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경을 힐링해주는 것 같아 미용실 원장에게 "기분따라 음악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을 설치하셨나 보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트와이스의 신곡 'Knock knock'은 하우스비트의 경쾌한 댄스뮤직으로,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의 '텔 미'나 소녀시대의 'Gee'처럼 따라할 수 있는 군무와 중독성 있는 후크(중반부 후렴구)가 계속돼 지난해 이화여대 시위 때 학생들이 부른 소녀시대의 노래처럼 대통령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해야할 대통령 후보들에게 캠페인송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과 얼핏 보기엔 유사해 보이는 아이돌 가수가 즐비한 최근 가요들은 잘 안 듣게 되고 직업적 특성상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된 사운드트랙 중심으로 듣고 있는데요, 이번 트와이스의 신곡은 귀에 감기면서 군무까지 따라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횟수를 보니 5전 만여 건에 달하는 것을 보면 과거,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처럼 지구촌 사람들이 노래와 군무를 따라하는 영상들도 많이 올라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론칭한 애플뮤직이 이용자가 듣고 싶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제 인간의 바이오리듬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음악 큐레이션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이러한 음악 어플리케이션의 진화는 구글뮤직이 연내에 국내 시장 진출을 밝히면서 지니, 멜론, 벅스 등 음원 서비스 전문업체들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어요.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의 취향이나 기호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음악을 듣는 사용자의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 음악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큐레이팅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 같아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양성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나에게 딱 맞는 것을 골라 주는 취향저격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넷플릭스가 채택하고 있는 영화추천 시스템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영화를 고르기 전에도 추천을 해주는 것"이라고 전했어요.


트와이스의 'Knock knock'은 다가오는 화이트데이에 걸맞는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이기도 하지만, "내 맘이 열리게 두드려줘 세게 쿵 쿵 다시 한번 쿵 쿵"이란 말로 내가 원하는 걸 알리기도 전에 먼저 제시해 주는 '인공지능 큐레이팅'이나 국민이 원하는 시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개혁'의 본질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후인 오전 11시에 헌재의 탄핵심판 생중계도 잘 지켜보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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