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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318. 아버지와 사회정의의 부재

스크린과 안방 극장에서 사회부조리 소재 작품들은 계속될 전망


20여 일 전, 모닝레터에 '척 대장 아버지 스크린 부성애 가득'이란 제목으로 <로건> 등 개봉영화 네 편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대통령 파면이란 헌정 초유의 국면을 지나고 새 지도자를 뽑는 궐위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스크린과 안방 극장에는 사회정의와 아버지가 부재한 현실을 조명한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네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속정 깊은 아버지의 모습을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부성애' 코드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나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아버지는 절대악과 권력에 맞서 목숨을 내건 부성애가 눈시울을 적시게 했고 SBS 월화드라마 <초인가족 2017>에서는 얼마 전 소개해드린 시 '아버지의 꼬리'처럼 자존심을 접고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녀와 소통하려 애쓰는 웃픈 아버지를 그려내고 있죠.



<피고인>이나 <보이스>에서 일상에 얽매여 있다가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엄마가 부재한 자녀의 방탄 보호막이 되어야 하는 애닲고 절박한 부성애를 표현했다면 <초인가족 2017>의 아빠는 '아재'라는 핀잔을 받으면서도 투박한 자녀사랑을 표현하고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자녀의 성장 모습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기러기 아빠인 경리부장(김원해 분)의 에피소드도 먹고 살기에 급급해 꿈이나 사명감을 잊고 살 수 밖에 없는 이 시대 아버지의 애환을 표현해낸 것 같아요.



올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이자 전미/뉴욕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독일 영화 <토니 에드만>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엘리트가 된 자녀와 세대 갈등과 화해를 시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따스한 위안을 선사합니다.



조금 색다른 부성애도 있습니다. 트랜스 젠더로 유전자만 물려준 아버지의 등장을 통해 파편화 되어 가는 가족의 초상과 사랑, 인생에 대한 스토리를 독특하게 풀어낸 일본영화 <아빠는 나의 여신>에서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과 격려를 선사하면서 동네술집 사수에 나선 가족과 색다른 부성애를 그려내지요.


앞서 소개한 <피고인>처럼 자녀를 위해 선택한 일로 위기를 겪는 아버지의 부성애는 손현주 주연의 영화 <보통사람>에서도 그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 사랑을 특별하게 표현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드라마 <김과장><피고인><보이스>에서는 편법과 반칙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사라진 사회정의를 조명하기도 하는데요, 스크린에서도 올해 대통령선거 양상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더킹>을 시작으로 해서 <재심><조작된 도시>에 이어 <프리즌><비정규직 특수요원><원라인><미스 슬로운> 등 한 작품이 내려가면 또 다른 작품이 비슷비슷한 소재로 스크린에 걸리는데요, 스릴러나 범죄액션이란 장르와 결합해 사회 부조리에 맞서 적폐청산과 사회정의 구현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비판하는 것 같아요.


영화 <프리즌>은 밤이 되면 완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무법 천지의 교도소를 무대로 의문사와 법정 핵심증인 청부 살인이 일상화 된 지옥도를 그려내고,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는 사라진 국가예산 환수를 위한 수상한 합동수사를 코믹하게 그려내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코미디로 풀어냅니다.



대출 사기단에 휩쓸려 사기꾼이 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그려낸 <원라인>이나 거대 권력에 맞서 일생 일대 위기에 처한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의 이야기 <미스 슬로운>, 그리고 제목 만은 현실을 빗댄 성인물 <왕을 참하라>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적폐청산과 실현되지 못한 사회정의를 촉구라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으로 광장에서 대규모로 개최됐던 촛불집회는 지난 주로 그쳤지만 탄핵에 불복하는 친박집회는 이어지고, 아직 정경유착과 패권주의는 종식하지 못했으며 시대정신으로 소통과 통합을 내세우는 언론과 정치인들은 국정위기의 상황을 봉합하려는 것처럼 보여 당분간 스크린과 안방 극장에서 사회부조리를 소재로 한 웃픈 이야기들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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