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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414.'오스카'겨냥, 인생연기펼친 여배우들

깊은 공감과 감동적인 울림을 전해..내년도 골든글로브 수상여부 주목


최근 수입돼 개봉하거나 공개 예정인 작품들은 스크린에서 인상적인 존재감으로 캐릭터 변신을 한 여배우들이 혼신을 다하는 열연이 돋보이는데요, 마치 내년도에 개최될 골든글로브와 미국아카데미시상식(이하 오스카) 수상을 겨냥하기라도 하는 듯합니다.


국내에선 지달 9일에 개봉한 <걸 온 더 트레인>의 에밀리 블런트가 시발점이 된 것 같아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 등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던 배우 에밀리 블런트는 영화 <걸 온 더 트레인>으로 지난해 개최된 제23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과 올해 개최된 제70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가 있죠.



영화 속에서 에밀리 블런트는 일상화되고 개인화되며 섬뜩해지는 범죄에 휘말려 환각과 현실을 오가는 알코올 중독자로 변신해 열연하면서 내면에 깊은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캐릭터로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어요.


또한, 지달 29일에 개봉한 영화 <미스 슬로운>은 세월호 침몰을 막지 못하고 민간의 국정농단 감시체계 등 국가라는 시스템이 통째로 붕괴한 우리의 현실과 데자뷔되는 것 같은데요. 극중 제시카 차스테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성격의 로비스트로 변신해 극중 연기력을 인정받아 올해 개최된 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죠.


로비스트와 의회의 검은 뒷거래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몰린 그녀는 법정에서 "미국의 시스템은 썩었다"는 사자후를 내뱉어 적폐청산과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지겨울, 광화문 광장 등 거리로 몰나온 시민들의 성만큼이나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뒤는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바통을 이었어요. 남국의 목가적인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그려낸 가슴 아픈 로맨스는 짙은 여운을 남기는데,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실제 연인이기도 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영화 속에서 부부로 등장해 절박하면서도 무모하기까지 한 미친 모성애 연기로 주목을 받았죠.


소유와 집착이 강할수록 모든 걸 잃기 쉬우며 모든 걸 내려놓을수록 불안과 강박으로부터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영화가 전하는 주제 의식은 단 한 번으로도 용서가 가능하고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몰입감을 더하는 콜린 퍼스와 주드 로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지니어스>에 출연하는 니콜 키드먼은 천재 작가의 뮤즈이자 연인으로 변신해 존재감을 각시키는데요, 스크린에 수 놓은 문학에 대한 열정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은 토마스(드 로 분)가 지닌 천재적 광기를 사랑하는 첫 번째 독자인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며 관객이 몰입하게 니다.


특히, "나는 그의 인생에서 편집 당했다"는 말로 열정적인 사랑에 절망하고 분노에 가득 찬 원망도 서슴지 않는 연기는 인상적이어 올해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에서 <라이언>으로 분투를 삼킨 그녀가 내년에 오스카를 거머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이어 전쟁과 편견 속에 태아 유기 살해 누명을 쓰고 50여 년을 감옥에서 슬프고도 찬란한 생애를 보낸 한 여성의 인권을 소재로 한 짐 쉐리단 감독의 영화 <로즈>도 볼 만한데요.


사랑을 위해 삶을 온전히 내던지는 신여성인 레이디 로즈 역의 루니 마라와 차갑고 어두운 감옥에서 성경책에 기대어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는 노년의 로즈 역,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굴곡진 삶 속에서 기품을 유지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붙드는 여자의 일생을 인생 연기로 보여줍니다.


<캐롤>로 제68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루니 마라와 영화 <욕망>으로 제19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줄리아>로 제50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선보이는 혼신의 연기는 시기적인 단절됨 없이 관객들에게 극중 캐릭터가 안고 있는 비애를 고스란히 전하죠.  



영화의 배경이 된 아일랜드는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처럼 잉글랜드 등 연방 국가와 민족 갈등이 심한 곳이고, 영화 <하얀 리본>에서처럼 마치 나치즘을 떠올리듯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권력화된 종교와 집단적인 폭력성으로 인한 인권 유린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역사적인 비극을 노년의 로즈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와 함께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 채 담담하게 조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부정한다>는 앞서 소개한 <미스 슬로운>과 비슷한 법정드라마 인데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 진위를 놓고 벌어진 세기의 법정 공방을 소재로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깊은 공감과 잔잔한 여운을 전하고요.


영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영화 속에서 역사를 왜곡하려는 집단에 명쾌하게 경고하며, 영화는 최근 역사교사서의 국정화나 위안부 졸속 합의 등 역사 속에서 신념과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여러운지 조명하고 있지요.



이 영화에서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역사학자 데보라 교수 역을 맡아 지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으로 변신한 레이첼 와이즈는 절박한 심정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다가도 변호인단의 조언에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침묵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는 실존 인물의 액센트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메소드 연기로 몰입감을 더해 관람을 추천할 만합니다.   


이들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는 부조리한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우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적인 울림을 전하면서 내년도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비평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를 주목해봐도 좋겠죠?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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