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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518. 힘내라 청춘, 한 끼의 위로

작은 위로와 애정이 담긴 한 끼..청춘의 자화상, 애틋해


예능 프로그램 JTBC <한끼 줍쇼>는 '십시일반'이라는 격언처럼 출연자들이 제작진의 미션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동네에 얽힌 이야기와 골목길 풍경을 소개하며, 밥 동무로 게스트가 출연해 저녁 식사 한 끼를 같이 나누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정을 찾는 신개념의 먹방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17일 방송된 <한끼줍쇼>에서는 청년 셰프 미카엘와 김풍이 밥동무로 출연해 기존 회차와 달리,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햇볕도 잘 들지 않는 2평 공간, 고시원과 주택을 쪽방처럼 개조한 3평 남짓의 공부방에서 열공 중인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끼'에 도전하는 미션이 펼쳐졌어요.



특히, 이 프로그램의 주요 관건은 강호동과 이경규(이하 규동 형제) 두 MC 외에도 출연하는 게스트가 방문하는 가정에서의 게스트에 대한 인지도에 따라 미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지난주 배우 송윤아가 단 한 차례의 도전에 성공했지만 소녀시대 윤아는 수 없는 거절을 당하는 굴욕을 겪었듯이 두 명의 셰프가 공부에 방해가 안 되게 숨죽이면서 고시방 벨을 누르고 자신들이 출연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열에 아홉은 "TV를 본 적이 없다"라고 답해 쉽지 않은 한 끼 미션이 될 것을 예고했어요.


특히, 규동 형제는 고시촌 부근 부동산을 찾았는데요, "고시원은 공동 주방을 사용해서 한 끼에 성공하기 힘들 거 같다. 한 끼 할 거면 고시텔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는 공인중개사의 조언에 따라 김풍과 미카엘은 고시생을 위한 맞춤형 할인점인 '노량진 떨이몰'을 발견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3천 원씩, 한 끼용 예산인 6천 원으로 식재료를 마련해 한 끼를 해결해보겠다는 열의를 보였죠.


먼저, 두 MC는 노량진 고시촌을 소개했는데요 강 건너 여의도의 스카이라인과 네온사인과 대조적인 야경은 도시 내에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건너기 힘든 강과 같은 느낌이 들었고, 특히 이날 두 팀이 한 끼에 성공한 고시방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입사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위해 낙방에도 포기하지 않는 두 명의 공시생 사연이 전해져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낳았어요.



이날 방송에서 이경규가 노량진 공시생들의 현실을 듣고 안타까워하자 김풍은 "비정상인 거 같다. 회사에 취직해야 할 친구들인데 현실이 불안정하니까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한 거 아니냐. 우리 시대의 슬픈 단면"이라고 전했고, 이에 미카엘은 "유럽에서는 너무 공부를 많이 하면 부모님이 걱정한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전해 청년들의 비애를 실감케 했어요.

 

먼저, 강호동과 미카엘은 수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중 주택을 개조해 쪽방처럼 나눠 고시생을 받는 공부방에서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이우현 씨에게 한 끼를 대접하겠다는 승낙을 얻어냈어요. 특히, 최고의 셰프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과 냉장고 외엔 주방이 따로 없는 공부방에서 미카엘은 전기냄비로 수란을 만들어 우현 씨가 만들어 놓은 김치찌개 위에 올려 한 끼를 만들어 냈어요.


반지하라 빛은 들어오지 않지만, 일반 고시방과 달리 내부가 넓고 저렴해서 공부방을 택했다는 우현 씨는 "빛은 안 들어오지만 해가 뜨면 빛을 볼 수 있다"라는 긍정의 힘을 가진 청년이었어요. 그리고 미카엘로부터 수란을 만드는 레시피를 전수해 식사를 마쳤고, <한끼 줍쇼> 사상 가장 간단한 설거지로 따뜻한 한 끼 미션에 성공했어요. 식사를 마친 후 우현 씨는 노량진 생활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꿈을 전했고 "합격해서 나가야 그때 진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라며 합격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어요.



이에 반해 이경규와 김풍은 고시촌 거리에서 고시원 관리인을 만나 고시원 내부의 방을 수차례 돌아다니며 굴욕을 반복하다가 복도에서 우연히 도시락을 들고 올라가는 고시생 장정현 씨를 만나 한 끼 승낙을 얻어냈어요. 그는 회사 생활을 하다 행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2년 차 고시생이었고 낮에는 여의도에서 9시간씩 일을 하고 저녁 거리를 사서 고시원에 들어와 4~5시간씩 공부하는 주경야독 공시생이었어요.


고시원이 좁은데 답답하지 않냐며 입을 옷을 두 평 남짓 고시방 위에 걸어 놓은 모습을 본 게스트의 질문에 정현 씨는 “시험에 떨어진 현실이 더 답답하므로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힘들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참을 수 있다”라고 전해 시청자와 출연진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어요.


정현 씨가 있는 고시텔은 공부방과 달리 공동 주방이 있었고 김풍은 마트에서 알배기 배추와 청양 고추, 게맛살을 사고 마트 주인으로부터 양파를 얻어 정현 씨가 사 온 저녁 반찬과 야매 요리로 고시생을 위한 중국식 채소 덮밥을 만들어 이경규와 한 끼를 해결했어요.



특히, 방송 엔딩에서 김풍은 "고시원에서 도심을 바라보는 기분이 이상하다. 거리는 가까운데 심정적으로 멀다"라고 얘기하자 장정현 씨는 "고시생 입장에서는 저 야경이 봐도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아 애틋하다"라며 낮에 자신이 일하는 여의도 쪽을 바라보며 감회를 전했어요.


이날, <한끼 줍쇼>는 누군가의 한 끼에 작은 위로와 애정이 담긴 시간이었고, 청춘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듯해 내내 애틋했어요. 청년들에게 희망 고문이 지속하지 않도록 좋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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