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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522. 벤치 클리어링 통해 본 사과와 관용

팬들에 진심 어린 공식적 사과와 선수들의 감정 조절 등에 신경써야


설경구와 김태희가 출연한 영화 <싸움>에서 보면,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이가 어느 날, 이혼 후에 상대를 죽일 듯이 감정이 쌓이고 결국 폭발하는 순간을 맞이하는데요, 여자가 원했던 것은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였죠.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러한 애증은 펼쳐집니다. 어제 펼쳐진 프로야구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와 상대에 대한 관용이 아쉬워 보였는데요, KBO리그 사상 최초로 양 팀 선발 투수가 동시에 퇴장당하는 등 한 경기에서 5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삼성과 한화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한화의 3회 말 공격, 삼성의 선발 투수 윤성환이 한화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에게 잇달아 몸에 맞는 공을 던졌고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중계화면 상으로 첫 벤치 클리어링 장면에서 윤성환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김태균이 시합의 일부로 생각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죠.



벤치 클리어링이란, 야구에서 양 팀이 감정적으로 충돌이 발생했을 때 더그아웃의 멤버들이 벤치를 비우고 모두 다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싸우는 것을 중재하는 경기 일부로 알려지면서 경기에서 열세에 있는 팀은 이를 계기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는 일종의 전술과도 같이 쓰여왔죠.


벤치클리어링은 양 팀 모든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고, 이런 과정에서 축구 경기의 훌리건 난동처럼 패싸움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는데요 전날 경기에서 한화에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며 2연승의 기세를 몰아간 삼성과 가뜩이나 2연패로 침체했던 한화는 선발 투수 윤성환과 비야누에바가  양 팀 타선을 묶으며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하다가 양 팀 선수들 간에 감정이 골이 터지며 경기는 예측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말았어요.


이날 경기에서 양 팀은 3회 말 두 차례나 벤치 클리어링을 했고 한 경기에서 다섯 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불상사를 겪어 이번 주부터 있을 경기에서 선발과 불펜투수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윤성환이 김태균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1차 신경전이 펼쳐졌고, 다음 타석의 로사리오에까지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사건이 확대됐지요.



특히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에서는 양 팀 선수와 코치진이 얽혀 주먹다짐과 발길질 등 거친 몸싸움이 있었으며, 결국 심판은 위협구를 던진 삼성의 윤성환과 폭력을 행사한 페트릭, 이에 맞대응한 한화의 비야누에바, 정현석에게 퇴장 조치를 내렸어요. KBO리그 사상 유례없는 일이었죠.


삼성은 위협구를 던진 윤성환은 물론, 몸싸움 과정에서 용병 투수 페트릭이 퇴장을 당했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승현마저 4회말 2사 후 한화 차일목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머리를 숙여 사과를 표했지만 경기 과열을 우려해 퇴장당했고, 한화 측에선 선발 용병 투수 비야누에바와 정현석이 퇴장당했는데요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삼성과 한화 전의 벤치 클리어링 폭력 사태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심판이 직접 목격한 선수에 한해 내려진 퇴장이기 때문에 향후 징계 대상자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으며, 퇴장을 당한 선수에게도 경기 출장정지 등의 추가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윤성환과 비야뉴에바는 팀 내 대표적인 이닝이터로 최소 6이닝 안팎을 책임지고 있는 투수인데, 어제 경기에서 삼성은 두 번째 투수 김승현마저 퇴장당하며 불펜을 조기 가동해야 했고, 한화 역시 갑작스런 마운드 교체로 인해 20일에 10명, 21일에 11명의 투수들이 등판하는 총력전을 펼쳤고 이승엽이 역대 최초로 450호 홈런을 터뜨리며 결국, 삼성의 상처뿐인 승리로 끝이 났어요.


23일 개최되는 KBO의 상벌위원회 모습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벤치 클리어링 폭력 사태로 인해 팬들의 실망감과 양 팀의 전력 출혈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최근 가장 빠른 시기에 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선호됐던 야구장에서 청소년은 물론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폭력 사태는 얼마 전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정 도박과 승부조작 파문을 떠올리며 팬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면, 야구협회와 구단 관계자들은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공식적 사과는 물론, 경기 이전에 프로 선수들의 감정 조절 등 성숙된 의식 함양 등에도 신경써야 할 것 같아요.  


야구장으로 한번 이끌기는 쉽지만 한번 등 돌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쉽지 않을 테니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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