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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602. 스크린, 장르와 스타일 다른 추적극

상투적,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긴장감있게 연출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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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쫓고 쫓기는 추적 시퀀스는 스릴러나 공포, 미스터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최근 극장가 개봉 라인업에는 장르와 스타일을 달리하는 추적자들이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인해 긴장감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란 출신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 <세일즈맨>은 예기치 않은 사건에 직면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을 심리 미스터리극 형식으로 풀어냈는데요,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아내에게 봉변을 겪게 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괴한을 쫓는 남편의 이야기가 국내 영화에서 상투적으로 활용된 피해자 전시 등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긴장감 있게 연출해내 주목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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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추적극을 펼치는 최근 극장가의 라인업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사라진 이모를 쫓아 파리에 오면서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프랑스 영화 <로스트 인 파리>, 자취를 감춘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가 인상적인 영화 <아메리칸 패스토럴>, 도망자 신세의 유명 시인을 쫓는 비밀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네루다> 그리고 체육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 소녀가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의 수상한 행적을 뒤쫓는 영화 <용순> 등은 코미디, 심리 미스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색다른 추적이 재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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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미장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로스트 인 파리>는 사랑과 모험의 도시, 파리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요 이모에게서 와달라는 편지를 받고 그녀의 행방을 쫓는 주인공 피오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며 강물에 빠져 가방을 잃어버리는 등 산전수전을 겪게 되지만, 다리 밑에 노숙하는 돔과 만나 선상에서 커플 댄스를 추는가 하면 행방불명된 이모가 돔과 얽히면서 파리에서 길을 잃기보단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요.


필립 로스의 소설 <미국의 목가>를 원작으로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감독 데뷔작 <아메리칸 패스토럴>은 베트남 전쟁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컸던 1960년대 미국의 목가적인 풍광의 전원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사춘기의 반항과 기성 시대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가득한 딸을 둔 중산층 가장 스위드(이완 맥그리거 분)가 가출 후 극악한 폭력 사태의 용의자로 지목된 딸 메리(다코타 패닝 분)를 쫓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잔한 부성애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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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수상 경력을 지닌 엄마와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재력가로 유명세를 치르는 아빠가 만든 안정적인 삶에 대해 사춘기부터 비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딸은 급진적인 이념에 휘말리며 평범하고 목가적인 삶을 추구했던 부모에게 고통을 안겼고, 가족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가족이기에 지켜내야만 했던 한 중산층 가장의 비애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 있어요.


얼마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독립영화 <용순>도 <아메리칸 패스토럴>의 메리나 <문영>의 주인공처럼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녀입니다. 인생에서 모든 걸 다 던져보는 가장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이 되었을 선생님과의 첫사랑을 그려낸 측면에서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여교사>를 떠올리지만, 자극적인 설정으로 왜곡하거나 여성을 도구화하지 않는 연출 방식으로 <우리들>과 또 다른 감성으로 사춘기 소녀의 집착이 불러온 색다른 추적극을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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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첫사랑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용순(이수경 분)을 짝 사랑하는 이성 친구 빡큐(김동영 분)와 절친 문희(장햇살 분)와 팀을 만들어 수상한 체육 선생님(박근록 분)의 뒤를 쫓으면서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사춘기의 성장통을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용순의 가슴 아픈 가족사와 더불어 이주 여성 출신 새엄마(얀츠카 분)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 사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조명합니다.


고전 영화 <일 포스티노>에 망명 시인으로 이태리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던 전설의 시인 네루다는 민중 운동가이기도 했는데 기존 전기 영화와 달리 영화 <네루다>도 섬세한 심리 묘사로 정치 보복을 피해 은둔과 도피 생활을 시작하게 된 파블로 네루다와 대통령의 명령으로 그를 쫓는 비밀경찰 오스카의 관계를 추적극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이처럼 스크린 속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추적자들이 뜨거운 여름, 서스펜스와 재미를 찾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어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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