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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608.미이라 vs 대립군,스크린독과점 논란

자본의 힘으로 스크린 독과점  금지하는 영화계 적폐 청산 계기


영화 <대립군>으로 9년 만에 충무로에 컴백한 정윤철 감독이 지난 5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감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원한과 불의, 자본의 폭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국내 메이저 극장주들에 의한 스크린 독과점을 고발했어요.


영화 <말아톤><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 작품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정 감독은 1592년 임진왜란,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군주를 대신해 임시직 군주가 된 세자 광해와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조선을 침략한 왜군과 치르는 참혹한 결전을 소재로 작품을 그려냈죠.


그는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고 예매율이 낮지만, 개봉 1주도 채 안 됐는데 1등인 '미이라'에 극장을 왕창 몰아주며 직격타를 맞았다"며 "개봉 6일 만에 퐁당퐁당 교차 상영이라니! 90억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 목숨이겠나"며 자본에 의한 스크린 독과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영화 <대립군>은 이정재, 여진구의 캐스팅으로 시공을 초월해 국격이 실추된 2016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처럼 다가오는 작품으로, '이게 나라냐'라는 정서를 근간으로 '백성이 만든 군주, 백성이 지킨 국가'라는 주제의식을 내포하면서 500년 전 무력하기만 했던 굴욕의 역사를 소환해 현실을 성찰해 기획성 상업 영화와는 차별화했죠.


지난달 31일부터 개봉관에서 상영돼 개봉 6일 차(6월5 일)까지 총 667,954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원더 우먼><미이라> 등 할리우드 대작에 밀려 좌석 점유율이 16%대까지 하락하며 급기야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그동안 저예산 독립영화가 감당했던 교차 상영에 이르게 됐죠.


특히, 칸 영화제에 출품한 국내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조율하던 가운데, 다국적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배급하는 영화 <대립군>은 블록버스터 외화와의 맞대결에서 희생양이 된 것. 개봉 전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박스오피스를 휩쓸었고 같은 시기 개봉작인 <원더우먼>에 이슈를 내줬으며, 일부 관객들의 호불호 평가에 따라 개봉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미이라>에게 스크린을 내줌으로써 90억의 제작비 회수(손익분기점은 300만 명)는 어렵게 됐습니다.



정윤철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대통령이 바뀌어도 재벌이 안 바뀌면, 돈이 최우선이면 아무 소용없다"라며 "승자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관객의 권리는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라고 왜곡된 국내 배급 구조와 극장 시스템을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했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즉, '영비법'인데요 현재 투자, 제작, 배급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CJ와 롯데, 쇼박스 등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 법안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스크린 수는 약 4,800여 개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20% 이상을 한 영화가 차지하지 못하게 하고 시기에 따라 국내외 다양하고 특색있는 작품들이 선보일 수 있죠.



정 감독은 영화의 내용에 빗대어 "조선 시대 비정규직이었던 대립군들을 어렵게 불러냈건만 현시대에서도 그들은 차별과 멸시 속에 씁쓸히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라며 "애도해달라. 이름 없는 그들의 영혼이 잠시라도 발붙일 때는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라는 말로 불편한 진실을 토로했어요.


지난 6일, 현충일을 기념해 성남시 분당 소재 야탑CGV에서 개최된 영화 <대립군>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충일에 스크린 독점 때문에 좋은 영화를 못 보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특정 소수가 지나치게 독점하는 모든 것이 문제”라며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소위 지도자가 아닌 국민이라 생각한다. 임진왜란 때에도 실질적으로 나라를 지켰던 것은 일반 백성들이고, 이번 촛불 집회 때도 끝까지 싸워 나라를 지켰던 것은 민중들이라 생각한다"라며 스크린 독과점의 폐단을 지적했죠.



그동안 완성도 있는 다양성 영화 개봉 시기에 심심찮게 이슈로 떠올랐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배급사와 극장간 부율 잇권에 따라 영리를 쫓는 극장주들의 특정 작품에 대한 밀어주기 폐단으로 인해 다양성 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들고 교차 상영작으로 전락하면서 이번 논란까지 불거진 듯한데요, 단순히 상업 영화 감독의 하소연이라 하기엔 원칙과 상식이 실종된 영화계의 고질적인 관행과 악습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 정부의 공정위와 유관 부서에는 명확한 문화예술 정책의 청사진을 갖고 자본의 힘으로 스크린 수를 독점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어 영화계의 고질적인 적폐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종겠습니다.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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